“해양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기업과 손잡고 상생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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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도덕희 해양대 총장이 지난달 29일 총장실에서 해양대 발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도덕희 해양대 총장이 지난달 29일 총장실에서 해양대 발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기술을 대학이 개발해줘야 대학과 기업 모두 살 수 있습니다.”

도덕희 해양대 총장 인터뷰 #기업과 산학협력체 적극 추진 #펀드 조성해 기술 개발에 투자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 양성할 것

도덕희(57)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은 두 달 전 취임식에서 양복 아닌 해양대 근무복을 입고 비전을 발표했다. 총장부터 기업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가 되겠다는 의지에서다.

지난달 29일 해양대에서 만난 도 총장은 “총장이 몸을 낮춰 기업에 먼저 다가가겠다는 의미로 취임식 날 근무복을 입고 발전방향을 설명했다”며 “앞으로 대학은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일 취임한 도 총장은 2023년 11월까지 4년간 해양대를 이끈다.

도 총장은 해양대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해양대는 2018년 2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제한받는 ‘역량 강화대학’으로 분류됐다. 도 총장은 “적은 연구비로 교수들이 각자도생하다시피 연구를 수행한 탓에 사기가 저하되고 소통 부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며 “선순환 구조로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 자금을 유치해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성과를 기업과 대학이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양·수산 분야의 핵심부품 대부분은 해외 선진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며 “해양대가 가성비 높은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해줘야 해양수산업 수출액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업의 연간 수출액은 약 560억 달러로 국내 수출액(2019년 기준 5423억 달러)의 10%를 차지한다.

도 총장은 R&D 자금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발전기금은 경기가 안 좋으면 경색된다”며 “2009년부터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오션 아카데미’를 운영해왔는데 신뢰 관계가 구축된 CEO에게 초기 자금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금을 R&D 펀드의 마중물로 활용한다는 게 도 총장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R&D 펀드 유치위원회를 비롯해 산학협력협의회, 대학발전협의회 구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기업체마다 산학센터를 만들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그는 총장 취임 이후 하루 4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올해부터 진행되는 대규모 국비 투자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도 총장은 “올해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에 1060억원, 자율운항 선박 기술개발에 1603억원이 투자된다”며 “2021년에 실시될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되려면 국비 사업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대의 ‘지역 역할론’도 강조했다. 그는 “2018년 기준 부산 경제의 44%를 조선·해운·해양·항만·수송 분야가 기여하고 있는데 해양산업이 부산 산업의 주류라면, 해양대는 해양산업의 심장”이라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과 해운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해양대가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도 총장은 1985년 해양대 기관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 기관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도쿄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5년 해양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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