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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공포랠리, 반도체·전기차가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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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코스피 지수와 원화값이 큰 폭의 상승(환율은 하락)으로 마감한 수치가 전광판에 나타나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코스피 지수와 원화값이 큰 폭의 상승(환율은 하락)으로 마감한 수치가 전광판에 나타나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이 돌아왔다. 외국인은 4일 하루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4800억원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하루 순매수 금액으로는 올해 들어 최고 기록이다. 전날 3000억원의 순매도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코스피 13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외국인, 삼성전자 2100억 순매수 #테슬라 호실적에 배터리주 급등 #원화값도 2주 만에 강세로 반전 #중국·일본·대만 증시 일제히 반등

덕분에 코스피 지수는 단숨에 2150선을 회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9.02포인트(1.84%) 오른 2157.90에 마감했다. 하루 지수 상승 폭으로는 지난해 1월 9일(39.44포인트) 이후 약 1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14.39포인트(2.22%) 오른 661.24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 증시뿐 아니다. 이날 중국 상하이 증시는 1.34% 올랐다. ‘블랙 먼데이(주가 7.72% 하락)’로 불렸던 전날의 심리적 공황을 하루 만에 떨쳐냈다. 일본 도쿄와 홍콩·대만 증시도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의 움직임만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충격에서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주가가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공포에 사로잡힐 정도는 아니라는 게 아시아 증시의 공통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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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2.97%)와 SK하이닉스(2.53%) 등 반도체 관련주는 이날 코스피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외국인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였다. 하루 순매수 금액은 2100억원이 넘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도 23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주가가 많이 올랐던 정보기술(IT) 관련주를 팔아 차익을 실현했던 외국인이 다시 IT 관련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 연구원은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낮아진 점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IT 관련 기업이 많은 대만 증시가 크게 오른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만 가권지수는 전날보다 1.77% 상승해 도쿄 닛케이지수(0.49%)나 홍콩 항셍지수(1.21%) 상승률을 웃돌았다.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위험자산 회피, 안전자산 선호’였던 투자자들의 분위기도 달라지는 조짐이 보인다. 이날 외환시장에선 달러(안전자산) 약세, 원화(위험자산) 강세가 뚜렷했다. 원화값은 지난달 23일 이후 약 2주 만에 강세로 돌아섰다. 이날 원화값은 달러당 1187.4원으로 전날보다 7.6원 상승(환율은 하락)했다.

‘테슬라 효과’도 국내 증시에서 배터리(2차 전지) 관련주의 동반 상승세를 이끌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깜짝 실적호전(어닝 서프라이즈)’을 발표하면서 3일 뉴욕 증시에서 20% 가까이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테슬라 효과’ LG화학 시총 5위로=4일 코스피 시장에서 LG화학은 전날보다 8.43% 올랐다. 이로써 LG화학은 코스피 시가총액 5위가 됐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6조7900억원으로 기존 5위였던 현대차(26조5000억원)를 제쳤다. 삼성SDI(8.45%)와 센트랄모텍(8.94%) 등도 8%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실적이 좋아지고 배터리 공급처가 다양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배터리 관련 업체의 주가가 따라 올랐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의 움직임도 주식 시장에 우호적이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 등으로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FT)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며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케이프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글로벌 EFT의 총 운용자산은 6조 달러(약 7100조원)로 5년 전의 배 이상으로 늘었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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