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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먹은 기름값…WTI 13개월 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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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경우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급해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평균 50만~100만 배럴의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유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4일연속 하락 한때 50달러 붕괴 #중국 원유 수요 작년보다 20% 급감 #OPEC 100만 배럴 감산해도 역부족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81%(1.45달러) 미끄러진 50.1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장중 한때 49달러 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3.83%(2.17달러) 뒷걸음질 친 54.45달러를 기록했다.

WTI(서부텍사스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WTI(서부텍사스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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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유가 하락에 대응하고자 OPEC이 14~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모여 일평균 최대 100만 배럴을 감산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왔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이 회동은 애초 3월에 예정됐으나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원유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자, 한 달 정도 앞당긴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감산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산유국들이 일평균 산유량을 총 50만 배럴 줄이는 방안과 OPEC의 리더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일시적으로 일평균 100만 배럴을 대폭 감산하는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0만 배럴은 세계 공급량의 1%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문제는 OPEC이 일평균 100만 배럴 감산을 추진해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마비된 중국의 원유 수요는 지난 2주간 작년 대비 무려 20% 급감했다. NYT는 “중국이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3월치 주문량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세계 1위 원유 소비국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1월 기준 일 평균 1118만 배럴을 수입해 국가별 역대 수입량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 2005년 6월 기록한 1077만 배럴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OPEC이 일평균 100만 배럴 감산을 추진한다고 해도 급감한 중국 수요를 메꾸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올 경우 원유 수요는 가파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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