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상황 적극 알리던 수원시, 15번째 확진자 동선은 조용…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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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수원시 블로그 화면 캡처]

[사진 수원시 블로그 화면 캡처]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15번째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에서 귀국했는데 다른 확진자들과 달리 동선이 단편적으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15번째 확진자, 20일 귀국했는데 동선은 집-보건소-병원? 

4일 질병관리본부와 수원시에 따르면 15번째 확진자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 거주하는 43세 남성 A씨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의류 상가 '더플레이스'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귀국했는데 4번째 확진자의 항공기 접촉자로도 확인돼 같은 달 29일부터 자가격리해왔다. 입국 이전이나 자가격리 이전에도 증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1일 자가 격리 중 오후 2시경 자가용을 이용해 보건소 선별진료소 방문해 검사받고 자택으로 귀가했고 2일 확진 판정을 받고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와 접촉한 이들은 현재까지 12명이고 이들은 모두 자가격리 중이다.

15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5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A씨의 20일부터 29일 이전까지의 이동 경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가 정한 역학조사 대상 기간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날을 기준으로 이틀 전부터라서다. A씨의 경우 증상이 나타난 것은 2월1일이라 이틀 전인 1월30일부터 역학조사 대상이 된다.

수원시에 "확진자 동선 알려달라" 민원 제기 

이후 수원시에는 "A씨 동선 역학조사 결과를 알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수원시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등 대응에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거주 외국인(4만628명·지난해 12월 기준)의 47.4%(1만9278명)가 중국 국적자다. 이에 지난달 초부터 블로그 등 인터넷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예방과 주의를 당부해 왔다.
지난달 22일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팀을 꾸리고 일일 상황 등을 SNS에 공개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이름 등 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거주지와 이동 경로, 확진 환자의 가족 격리 여부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과잉·신속 대응이 상책'이라는 것이 수원시의 설명이다.

국내‘신종 코로나’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신종 코로나’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제로 수원시는 매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현황 자료를 숨김없이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감시 대상자 수와 검사 결과도 속속 알렸다. 가짜 뉴스가 퍼지면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지했다.
7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보육교사가 근무하고 있는 권선구 어린이집의 실명을 공개하고 휴원 조치했고, 12·14번째 확진자 부부가 설 연휴 기간 방문한 팔달구 친척 집을 방문한 사실도 소개했다.
15번째 확진자가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는 A씨라는 사실도 즉시 알렸다.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A씨의 아내가 일하는 AK플라자 수원점이 추가 소독 등을 위해 지난 3일 휴점한 사실 등도 공개했다.

'동선은 증상 이틀 전 것부터 공개' 원칙 따라 

하지만 A씨의 20일~29일 동선에 대해선 수원시도 결국 "공개 불가"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무증상 감염자도 전파 가능성이 있어서 A씨가 자가 격리되기 전인 29일 이전의 행적을 조사해 공개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기초단체 입장에선 조사나 공개 등에 한계가 있다"며 "A씨의 가족과 친척 등 밀접접촉자 7명도 '음성'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 중인 상태라 이동 경로를 공개하진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15번째 확진자 동선을 알리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SNS [사진 염 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15번째 확진자 동선을 알리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SNS [사진 염 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염태영 수원시장도 자신의 SNS에 "이전까지 공개된 다른 확진 환자들과는 달리, 15번째 환자의 동선 발표 내용은 너무 단순해 확인에 확인을 거쳤다"며 "A씨는 선별진료소를 찾기 전날까지는 증상 발현이 전혀 없어 동선 공개대상이 아니고 그 가족 등도 검진 결과가 음성이라 동선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이라고 썼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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