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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한번 멈추면 수천억 손해인데···中부품 대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중국 공장의 셧다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산업도 연쇄 타격을 입어 공급망 관리(SCM)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미 자동차 일부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중국발 공급망 차질은 이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배터리 업계로 퍼지고 있다. 특히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까지 타격이 미칠 경우 우리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진출 한국 공장 잇따라 가동 중단 #수출 20% 이상 차지하는 반·디도 위태로워 #생산 차질 이어 수요·공급망 붕괴 우려도 #신종 코로나 장기화하면 산업 전반 치명타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사망자가 계속 급증하는 등 상황은 자꾸 나빠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사망자가 계속 급증하는 등 상황은 자꾸 나빠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내 한국기업 공장 가동 잇따라 중단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공장 '셧다운(shutdown)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신종 코로나 확산 저지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 중앙·지방정부의 공장 가동 중단 권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 1초라도 공장을 멈추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는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시안(낸드플래시 생산)·쑤저우(반도체 후공정) 공장, SK하이닉스의 우시(D램 생산)·충칭(낸드플래시 후공정) 공장은 현재 가동중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소 인력을 투입해 정상 가동중이지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컨티전시플랜(비상경영)을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번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번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멈춰 서면 재가동에 2~3개월  

반도체 공장은 웨이퍼가 투입돼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보통 2~3개월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600여 개의 공정을 거치는데, 단 하나의 소재나 장비에 차질에 생기면 생산라인이 멈춘다. 라인이 멈추면 원재료는 모두 폐기하고 설비를 재점검해야 한다. 하루 이상 라인이 멈췄다 재가동하려면 2달 이상이 걸린다. 이 경우 수백~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018년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생산장비가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인 랜섬웨어에 감염돼 라인이 멈춰 약 3000억원의 피해를 본 게 대표적인 예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춘절 연휴 등을 고려해 재고를 확보해 놨지만,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두 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TV·스마트폰 생산 차질로 반도체 수요 급감 우려 

신종 코로나로 반도체 생산뿐 수요 감소도 우려된다. 중국은 세게 반도체 수요의 53%가량을 차지한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PC·스마트폰·서버 등을 만드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공장이 중국에 몰려 있다. 이들 공장이 셧다운 하면 반도체 수요도 급감한다. 중국 정부가 물품의 선적·유통 등을 금지하면서 생산한 반도체를 재고로 쌓아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1월 겨우 반등에 성공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다시 하락해 국내 기업의 실적은 물론 수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광저우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공장 [사진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공장 [사진 LG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업계, 공급망 연쇄 타격 가능성  

디스플레이에는 이미 신종 코로나의 여파가 덮쳤다. LG디스플레이는 LCD(액정표시장치) 모듈을 만드는 중국 옌타이·난징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광저우 LCD 패널 공장 중단도 검토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쑤저우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가동률을 낮췄고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역시 생산 차질뿐 아니라 공급망 리스크가 걱정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공장 가동 중단을 권고하면서 현지의 소재·부품 조달이 차단될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LG·삼성뿐 아니라 중국 디스플레이 공장이 멈추면 TV·스마트폰·노트북 등이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의 중국 내 라인 가동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았지만 향후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쑤저우 공장 [사진 중앙포토]

삼성전자 쑤저우 공장 [사진 중앙포토]

가전·배터리업계도 중국 공장 가동 중단  

가전·배터리·ICT 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쑤저우 가전 공장을 멈췄고, LG전자는 난징 등 중국 내 여섯 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LG화학 역시 난징 공장 문을 닫았고, SK이노베이션은 창저우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들 업체는 이달 8~10일 이후 재가동에 나설 계획이지만, 신종 코로나나 진정되지 않으면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춘절을 대비해 충분히 재고를 확보해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 차질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노트북의 경우 중국 내 삼성전자 쑤저우 공장과 LG전자 난징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국내로 들여오는 노트북 공급이 예년보다 2주 정도 늦춰지고 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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