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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민주당빠' 쫓아낸 검찰개혁···김웅, 새보수당 1호인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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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검사장 할 생각 없지?"

2018년 7월, 당시 인천지검 공안부장으로 근무하던 김웅(51·사법연수원 29기) 전 부장검사를 호출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대뜸 이렇게 물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부장검사는 "네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승진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문 총장은 그를 대검찰청 형사정책·미래기획단장으로 임명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다. 이른바 '검찰개혁'을 1호 국정과제로 설정한 현 청와대와 필연적으로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와 김 전 부장검사의 악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대한민국 최정점 사기 카르텔 때려잡겠다"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 1호인 김웅 전 검가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의 소개를 받고 있다. [뉴스1]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 1호인 김웅 전 검가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의 소개를 받고 있다. [뉴스1]

김 전 부장검사가 정치권에 발을 들인다. 행선지는 새로운보수당이다. 그는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 정부와) 싸움을 시작했는데 끝을 맺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먼저 입당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새보수당을 택한 이유에 대해선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할 때 보니 이 당이 가장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입당식에서 "살아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하면 항명이 되고 탄압받는 세상이 됐다. 심지어 피고인이 검찰총장을 공수처로 처벌 (운운하며) 위협하는 세상"이라며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사기꾼 때려잡는 일이다. 대한민국 사기공화국 최정점에 있는 사기 카르텔을 때려잡고 싶다"고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자신의 검사 생활 이야기를 엮은『검사내전』의 작가다. 동명의 드라마가 현재 JTBC에서 방영 중이다. 극중 이선웅(이선균 분) 검사의 실존 모델이기도 하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순천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는 자신을 스스로 "골수 민주당 빠"라고 지칭해왔다. 그런 그가 민주당을 등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검사내전』표지. [중앙포토]

『검사내전』표지. [중앙포토]

김 전 부장검사는 문 전 총장과 함께 검찰의 병폐가 '특별수사'로 대표되는 과도한 직접수사에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후 그는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 강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수사권 조정 실무를 추진했다. 하지만 2018년 정부가 만든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이른바 검찰개혁 정부안엔 형사‧공판부의 권한을 약화하고 특수부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같은 방안이 지난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문 전 총장과 김 전 부장검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수사권 조정 정부안은 국민을 불편·불안·부당하게 하는 3불법"이라고 했고, 이 과정에서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제대로 찍혔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검찰 인사에서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됐다.

지난달 사표…"봉건적 명은 거역하라"

김웅 전 부장검사. [뉴스1]

김웅 전 부장검사.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후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등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개시하자, 정부는 당초 자신들이 내놓은 수사권 조정안을 뒤집어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 강화를 검찰개혁의 우선순위로 내세웠다.

그는 올초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현 정권의 검찰개혁을 강하게 비판했고, 지난달 14일 사표를 던졌다. 그는 당시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수사를 줄이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갈지자' 행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며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동료 검사들에겐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아달라"며 "봉건적인 명은 거역하라.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啐啄同時·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 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이라고 당부했다.

"조응천 영입과 비견" vs "정치검사 자인"

'검사내전' 저자인 김웅 전 부장검사(왼쪽 네 번째)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영입행사에서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내전' 저자인 김웅 전 부장검사(왼쪽 네 번째)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영입행사에서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부장검사의 새보수당 입당과 관련, 일각에선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영입에 비유하기도 한다. 현 정권의 치부를 잘 아는 사람이 야권에 몸을 담아 여권에 부담이 될 것이란 평가에서다.

김 전 부장검사는 최근 한 일간지 기고를 통해 수사권 조정 업무 당시 방송 토론회 참석을 "누군가 막으려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반면 "정치검사를 자인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그는 "만약 정치를 한다고 하면 그 전에 했던 것들이 다 왜곡될 수 있다고 각오했다"라면서 "권력을 탐하고 권세를 탐했으면, 새보수당에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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