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환경 라이프

옷장의 탄소 발자국을 세어봐요…청바지를 찬물로 세탁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0.02.02 06:03

업데이트 2020.02.02 10:57

중저가 브랜드 청바지 한 벌에 보통 얼마의 가격을 지불할까. 세일 기간을 활용하면 3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싼 가격에 옷을 제공하는 제조 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패스트 패션 브랜드 등이 활성화하면서 누구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최신 패션을 향유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패션의 민주화’다. 덕분에 옷 구매에 지불하는 비용은 대체로 감당할만해졌다. 하지만 3만원짜리 청바지의 환경 비용은 어떨까.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청바지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면화 생산에서 최종 제품을 매장에 배송하는 데 이르기까지 약 3,781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이는 약 33.4kg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 방출하는 것과 같은 양의 환경 비용이다. 판매 가격의 이면, 보이진 않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가격이다.

必환경 라이프 ? 탄소 줄이는 소비 습관

내 옷장의 탄소 발자국은 얼마일까.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패션 산업은, 오늘날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가장 '더러운' 산업으로 지목 받는다. [사진 jordi pujadas by unsplash]

내 옷장의 탄소 발자국은 얼마일까.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패션 산업은, 오늘날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가장 '더러운' 산업으로 지목 받는다. [사진 jordi pujadas by unsplash]

어떤 제품이 생산돼 소비자까지 도달하는 데 드는 환경 비용은 보통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된다. 바로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다. 탄소 발자국은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 채취·생산·수송 및 유통·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지난 2006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처음 올라갔다.

탄소 발자국은 환경 영향을 평가할 때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는 기상 이변 및 자연재해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결과다.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 바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다. 지구 표면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6가지 주요 가스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이산화탄소다. 1985년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 3781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33.4kg의 이산화탄소가 공기중에 배출된다. [사진 sarah brown unsplash]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 3781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33.4kg의 이산화탄소가 공기중에 배출된다. [사진 sarah brown unsplash]

보통 온실가스를 방출한다고 하면 자동차나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데, 교통수단만큼 일조하는 품목이 있다. 바로 옷이다. ‘앨런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연간 국제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모든 국제 항공편과 해상 운송을 합한 것보다 많은 비중이다. 게다가 2030년까지 패션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0%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싸다고 무심코 사고 마구 버렸던 옷이 지구를 아프게 만들고 있다.

중고 판매 플랫폼 '쓰레드업' 홈페이지에 게시된 패션 탄소 발자국 계산기. [사진 쓰레드업 홈페이지 캡춰]

중고 판매 플랫폼 '쓰레드업' 홈페이지에 게시된 패션 탄소 발자국 계산기. [사진 쓰레드업 홈페이지 캡춰]

'패션 탄소 발자국'이라는 말도 생겼다. 올해 초 미국의 온라인 중고 판매 플랫폼 ‘쓰레드업(ThredUp)’은 패션 탄소 발자국 계산기를 공개했다. 쓰레드업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현재 내 옷장이 찍고 있는 탄소 발자국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새 옷을 얼마나 자주 구매하는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지 또는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지와 같은 12가지 질문에 답변하면 된다. 실제로 질문에 답을 해보니 연간 패션 탄소 발자국이 쉽게 계산된다. 1년에 약 792kg. 미국 평균보다 약 8% 높은 수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11번 비행할 수 있는 수치다.

12가지 질문에 답변하면 계산되는 내 옷장의 탄소 발자국. 1년에 약 792kg의 탄소를 공기 중에 배출하고 있었다. [사진 쓰레드업 홈페이지 캡춰]

12가지 질문에 답변하면 계산되는 내 옷장의 탄소 발자국. 1년에 약 792kg의 탄소를 공기 중에 배출하고 있었다. [사진 쓰레드업 홈페이지 캡춰]

패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면서 몇 가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쓰레드업에 따르면 의류 생산은 매년 4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옷 중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발생하는 옷은 재킷과 드레스, 청바지다. 청바지는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했을 때 티셔츠보다 탄소를 4~5배 많이 발생시킨다. 잦은 세탁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다. 작은 얼룩의 경우 전체 세탁보다 부분 세탁을 하는 것이 지구에 좋다. 특히 건조기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공기 중에 널어 말리는 것만으로 세탁으로 인한 탄소 배출의 75%를 줄일 수 있다. 더운물이 아닌 찬물로 세탁하면 탄소 배출을 10% 줄일 수 있다.

의류 중 재킷과 드레스, 청바지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발생시키는 옷이다. 특히 청바지는 같은 무게의 티셔츠보다 4~5배 많은 탄소를 발생시킨다. [사진 ricardo gomez angel unsplash]

의류 중 재킷과 드레스, 청바지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발생시키는 옷이다. 특히 청바지는 같은 무게의 티셔츠보다 4~5배 많은 탄소를 발생시킨다. [사진 ricardo gomez angel unsplash]

패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됐다. 온라인 쇼핑을 하면 매장 쇼핑보다 60% 적게 탄소를 배출한다. 새 제품보다 중고 제품을 선택하면 탄소 발자국을 60%~70% 줄일 수 있다. 최근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는 ‘의류 렌트’ 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의류 한 벌을 빌려 입으면 탄소 발자국은 평균 30% 감소한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활용 폴리에스터 등 친환경 직물을 활용해 옷을 만들면 탄소 배출은 약 30% 감소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의류 소비를 줄이고, 되도록 고쳐 입는 것이다. 아직 더 입을 수 있지만 버려지는 옷들은 미국 기준 매년 1000만 벌에 이른다. 이중 단 15%만이 재활용되고, 85%는 땅에 매립된다. 의류 수명을 1년 연장하면 탄소 발자국을 25% 줄일 수 있다.

친환경적인 브랜드 철학을 고수하고 있는 스텔라 매카트니가 2017년 공개한 의류 과소비에 따른 폐해를 테마로 촬영한 광고 사진.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친환경적인 브랜드 철학을 고수하고 있는 스텔라 매카트니가 2017년 공개한 의류 과소비에 따른 폐해를 테마로 촬영한 광고 사진.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것만큼이나 생활 속에서 쉽게 환경을 지키는 습관이 있다. 바로 나의 의류 소비 습관을 바꿔보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옷을 사고 있진 않은지,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옷을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찬물로 세탁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니, 뜨거운 지구를 식히는 일이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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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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