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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 페트 퇴출되는데···외국선 종이 병맥주·옥수수 비닐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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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5일부터 자원재활용법(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유색 페트병(PET)병이 퇴출당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색깔 있는 페트(PET)병뿐만 아니라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든 포장재도 금지됐다. 또 병에 붙이는 라벨이 잘 떨어지도록 일반 접착제 대신 쉽게 떨어지는 접착제를 사용해야 한다.

必환경 라이프⑮ 친환경 포장재

25일부터 바뀐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유색 페트병과 PVC 비닐 등을 슈퍼 마켓에서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사진 핀터레스트]

25일부터 바뀐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유색 페트병과 PVC 비닐 등을 슈퍼 마켓에서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사진 핀터레스트]

유색 페트병은 자외선으로 인한 제품 변질을 막아주는 데다 생산 비용도 캔이나 병보다 저렴해 애용됐다. 주로 맥주나 사이다 등 특정 음료에 활용되는데, 앞으로 투명 페트병으로 바뀌거나 제품 특성상 여의치 않을 경우 캔이나 유리병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폴리염화비닐 포장재는 제품을 한 번 더 비닐로 감쌀 때 사용되는 얇은 비닐 포장재다. 무‧브로콜리 등 농산물을 감싸는 랩부터 약 상자‧초콜릿 상자‧화장품 상자 외부 포장 등 각종 소비재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업계에 따르면 폴리염화비닐 포장재 출고량은 2017년 기준 4589t(톤)에 달한다.

폴리염화비닐은 열을 가하면 환경 호르몬 등 유해 화학물질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다른 플라스틱과 같이 녹여 재활용할 경우 제품 강도를 약하게 만든다. 다만 대체재가 아직은 상용화되지 않아 안전이 우려되는 건강 기능 식품이나 햄‧소시지, 물기가 있는 축산‧수산용 포장용 랩 등 일부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초록색 병으로 유명했던 사이다 업체도 투명한 페트 병으로 교체를 알렸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초록색 병으로 유명했던 사이다 업체도 투명한 페트 병으로 교체를 알렸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유색 페트병, PVC 소재 비닐 포장, 일반 접착제 등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포장재를 금지하는 것과 별도로 또 하나 바뀌는 게 있다. 바로 포장재 등급 표시다. 앞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제품의 포장재를 종이팩‧유리병‧금속 등 9가지로 분류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정도에 따라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 4개 등급을 부여한다. 지금부터 유예기간인 약 2년 안에 각 상품 포장재에 등급 표시가 이루어진다. 현재 ‘분리배출’ 표시가 되어 있는 부분에 똑같은 글씨와 색으로 ‘재활용 어려움’ 등이 표기된다. 이 등급에 따라 업체에 환경 부담금을 최대 30%까지 추가 부담할 계획이다.

이번 법 개정의 요지는 재활용이 쉬운 포장 용기를 사용하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분리수거 및 재활용 독려가 소비자 차원에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제조사 및 생산자 혹은 유통사 차원에서 재활용 독려가 이루어져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아무리 신경 써서 분리수거를 하려 해도 처음부터 재활용이 어렵게 만들어진 용기를 소비자가 분리수거 및 재활용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친환경 포장재, 용기 시장이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친환경 포장재 시장은 오는 2022년까지 2378억 달러(약 275조 9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활용 가능한 용기를 넘어서,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대체할 수 있는 각종 포장재 개발도 활발하다. 일명 지속가능한 포장재다.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용기부터 먹는 포장 용기까지 다양하지만 분류해보면 보통 3가지다.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생분해되어 퇴비화가 가능하거나,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것 등이다.

목재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병에 맥주가 담겨있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다. [사진 칼스버그]

목재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병에 맥주가 담겨있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다. [사진 칼스버그]

덴마크 맥주 회사인 ‘칼스버그’는 지난 10월 ‘종이 병맥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재활용이 가능한 목재 섬유로 만든 병에 맥주가 담긴 형태로 2종류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하나는 종이에 맥주가 스며들지 않도록 목재 섬유 안쪽에 재활용 PET 플라스틱으로 만든 막을 덧대었고 나머지 하나는 바이오 필름을 사용했다. 목재 섬유로 만든 병은 100% 재활용이 가능해 캔이나 유리병보다 환경 보호에 유리하다.

포장재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덜 만드는 방식으로 친환경 포장을 실천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코카콜라의 플랜드 보틀. 페트 원 재료의 30%를 사탕수수에서 추출해 만들었다. [사진 코카콜라]

포장재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덜 만드는 방식으로 친환경 포장을 실천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코카콜라의 플랜드 보틀. 페트 원 재료의 30%를 사탕수수에서 추출해 만들었다. [사진 코카콜라]

코카콜라는 지난 2012년 식물성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병인 ‘플랜트 보틀(Plant bottle)’을 출시했다. 100%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기존 페트 수지와는 달리 페트 수지의 주원료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에틸렌글리콜을 석유가 아닌 사탕수수에서 추출해 만들었다. 생산 과정에서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오염 물질을 최소화했다. 전 세계에 판매되는 코카콜라 브랜드 음료 및 생수 제품의 약 7%가 이 플랜트 보틀에 담겨 판매된다.

버섯 균사체를 배양해 만든 친환경 완충재. [사진 에코버티브]

버섯 균사체를 배양해 만든 친환경 완충재. [사진 에코버티브]

각종 포장 용기에 사용되는 스티로폼을 대체하는 친환경 포장재도 있다. 가구업체 ‘이케아’는 버섯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한다. 플라스틱 알갱이를 부풀려 만드는 스티로폼과 달리 버섯 포자를 배양해 만든다. 미국의 ‘에코버티브(Ecovative)’라는 생명공학 스타트업 업체가 개발한 기술로, 버섯의 뿌리처럼 생긴 구조인 균사체를 특정 모양과 크기로 배양해 각종 포장재 및 완충재로 사용할 수 있다. 쌀겨와 메밀껍질 등을 갈아 성형 틀에 물과 함께 넣고 버섯 모양 균사체를 배양하면 균사체가 곡물 껍질 사이에 미세한 섬유조직을 빽빽하게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완충재는 버리면 100% 생분해되어 퇴비가 된다. 컴퓨터 제조사 ‘델’도 에코버티브의 버섯 스티로폼을 사용해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에코버티브의 완충재는 제품 포장에 주로 사용된다. [사진 에코버티브]

에코버티브의 완충재는 제품 포장에 주로 사용된다. [사진 에코버티브]

비닐을 대체하는 포장재 개발도 활발하다. 지난 6월에는 ‘GS리테일’이 식품 기업 ‘델몬트’와 손잡고 바나나에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했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100% 자연분해 필름으로 바나나를 포장해 선보였다. 매립하면 땅속에서 14주 만에 분해된다. 미국의 ‘네이처플렉스’도 바이오 기반의 필름을 선보이는 회사다. 옥수수나 감자, 밀 등의 재료로 만들어지는 다른 바이오 필름과 달리 목재 펄프에서 추출되는 셀룰로스로 바이오 필름을 만든다. 기름에도 강하고 전자레인지나 오븐 사용도 가능해 식품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물론 100% 퇴비화가 가능하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100% 자연 분해 필름으로 바나나를 포장했다. [사진GS 리테일]

옥수수에서 추출한 100% 자연 분해 필름으로 바나나를 포장했다. [사진GS 리테일]

주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화장품 업계도 친환경 포장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지난 10월 프랑스 뷰티 패키징 전문 기업 ‘알베아’와 함께 바이오 기반 화장품 용기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종이와 유사한 재료를 사용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최초의 종이 기반 화장품 포장용 튜브 용기다. 이 용기를 사용한 제품은 2020년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로레알은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종이 소재 튜브 타입 용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로레알은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종이 소재 튜브 타입 용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의 조사결과 미국 소비자의 9%는 식품이나 음료를 구매할 때 환경을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향은 18세에서 44세 소비자들에게 특히 높게 나타났다. 패션 전문매체 BOF와 맥킨지&컴퍼니의 2019 패션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 소비자 10명 중 9명은 “기업이 환경 및 사회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필(必)환경 시대, 지속가능한 포장재가 식품·화장품을 필두로 한 소비재 시장 전체의 화두가 됐다. 요즘 소비자들에게 환경 지키기는 이미 기본을 넘어 필수다. 착하게 팔아주는 기업에 착한 소비자들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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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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