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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건 마클도 빠졌다…실험실에서 만든 특별한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진짜는 귀하다(real is rare)”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 업체인 ‘드비어스(De Beers)’가 다이아몬드 생산자 협회(DPA)와 함께 2016년 전개한 다이아몬드 광고 문구다. 광산에서 채굴한 진짜 다이아몬드만이 희소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必환경 라이프? 인공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를 진짜와 가짜로 나누어 굳이 진짜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최근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다이아몬드, 일명 랩 다이아몬드(lab-grown diamonds)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화학적, 광학적, 물리적으로 자연에서 채굴한 다이아몬드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인공 다이아몬드.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의미로 랩 다이아몬드로 불린다. [사진 스카이랩 다이아몬드]

화학적, 광학적, 물리적으로 자연에서 채굴한 다이아몬드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인공 다이아몬드.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의미로 랩 다이아몬드로 불린다. [사진 스카이랩 다이아몬드]

인공 다이아몬드는 자연에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와 화학적, 광학적, 물리적으로 동일하다. 땅속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구현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다. 다이아몬드 씨앗(seed)을 6만 기압과 섭씨 2500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격실에 넣어 자라게 하는데, 6~10주 정도면 성숙한다.

인공 다이아몬드 기술이 알려지면서 기존 다이아몬드는 채굴 다이아몬드로 불리고 있다. 인공 다이아몬드와 채굴 다이아몬드는 흔히 빙하와 냉동실의 얼음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둘의 차이가 냉동실에서 만든 얼음과 빙하에서 채취한 얼음의 차이라는 것이다. 원산지와 만들어지는 방법은 다르지만, 둘의 물질적 차이는 없고 동일하게 얼음이다.

미국의 인공 다이아몬드 업체 ‘미아돈나(miadonna)’의 주장에 따르면 선명도와 색상, 컷 등에서도 채굴 다이아몬드와 큰 차이는 없다. 인공 다이아몬드는 최대 10캐럿까지도 만들 수 있으며 원형부터 타원형‧쿠션 모양 등 다양한 모양은 물론 흰색‧노란색‧파란색‧분홍색‧녹색 등 다양한 색상을 자랑한다. 가격은 채굴 다이아몬드에 비해 최대 40~50%까지 저렴하다.

순수한 탄소의 결정체인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도가 높은 광물로 영원함을 상징한다. [사진 넷플릭스 '설명-다이아몬드' 화면 캡춰]

순수한 탄소의 결정체인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도가 높은 광물로 영원함을 상징한다. [사진 넷플릭스 '설명-다이아몬드' 화면 캡춰]

가격이 저렴한 것이 물론 일차적인 인기 요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다이아몬드가 채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환경적 악영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채굴 과정에서의 비인도적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2014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Sullivan) 보고서에 따르면 랩 다이아몬드는 채굴 다이아몬드보다 환경에 7배 영향을 덜미치고, 자원을 훨씬 적게 사용한다. 채굴 다이아몬드는 수백만㎡의 토양을 오염시키고 과도한 탄소 배출 및 기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대기 질을 악화시키며 1캐럿당 약 500ℓ의 물을 소비한다. 반면 인공 다이아몬드는 토양 오염이나 탄소 배출은 거의 없으며 캐럿당 약 18.5ℓ의 물을 소비한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2019 글로벌 다이아몬드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량은 연간 약 200만 캐럿으로 시장 성장 속도는 연간 약 15~20%를 기록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분석가 폴 지니스키에 따르면 인공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2018년 20억 달러(2조 3000억원)에서 2019년 30억 달러(3조4000억원)를 넘어섰다.

반면 채굴 다이아몬드 시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이아몬드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난해 11월에는 드비어스가 원석 가격을 5% 인하하기도 했다. 채굴 다이아몬드 시장 침체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인공 다이아몬드의 빠른 성장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채굴 다이아몬드의 저렴한 대체재로 주목받는 인공 다이아몬드는 특히 밀레니얼 등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비교적 싼 값으로 질 좋은 다이아몬드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도 합격점이다. 윤리적 소비에 남다른 가치를 두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특히 환영받는다. 실제로 인공 다이아몬드 업체들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윤리적 보석임을 강조하기 위해 ‘에코(eco·친환경) 다이아몬드’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영국 왕자비 메건 마클은 평소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에는 인공 다이아몬드 업체인 키마이의 귀걸이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영국 왕자비 메건 마클은 평소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에는 인공 다이아몬드 업체인 키마이의 귀걸이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3월에는 영국 해리 왕자와 결혼한 왕손비 메건 마클이 인공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곡선 형태의 바에 작은 다이아몬드 세 개가 드롭 스타일로 매달려 있는 귀걸이로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키마이(Kimai)라는 브랜드의 제품이다. 키마이의 웹 사이트에는 ‘키마이 다이아몬드는 지구에 친절하다. 채굴 다이아몬드는 땅을 파헤치고 물을 낭비하고 공기를 오염시키며 지역 사회에 부담을 준다. 우리는 다르게 행동함으로써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이며 공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쓰여 있다.

진짜는 귀하다고 외쳤던 드비어스도 대세에 따라 인공 다이아몬드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주요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에서 ‘라이트박스’라는 이름으로 인공 다이아몬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드비어스의 채굴 다이아몬드 가격은 1캐럿에 평균 5500달러(638만원)를 상회하지만, 인공 다이아몬드는 1캐럿에 800달러(92만원) 정도다.

라이트박스 주얼리의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 인공 다이아몬드 1캐럿이 적용된 목걸이로 900달러(약 104만원)선 이다. [사진 라이트박스 주얼리 인스타그램]

라이트박스 주얼리의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 인공 다이아몬드 1캐럿이 적용된 목걸이로 900달러(약 104만원)선 이다. [사진 라이트박스 주얼리 인스타그램]

인공 다이아몬드의 인기는 최근 인조 모피가 주목받는 현상과 닮아있다. 진짜보다 멋진 가짜가 환영받는 셈이다. 다이아몬드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지금, 인공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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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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