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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는 운동화 대신 무한 부활 운동화 어때요…착한 스니커즈의 반란

중앙일보

입력

지속 가능한 스니커즈, 친환경적인 접근으로 만들어진 운동화가 주목받는다. [사진 베자]

지속 가능한 스니커즈, 친환경적인 접근으로 만들어진 운동화가 주목받는다. [사진 베자]

삼성패션연구소에서 발표한 2020년 패션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소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이 아닌, 신념에 의한 소비 트렌드가 뿌리내리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必환경 라이프? 지속 가능한 스니커즈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패션 산업이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 세계의 해상 운송 및 항공 운송 부문의 배출량을 압도한다. 빠르게 생산하고 빠르게 소비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옷 교체 주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국 앨런 맥아더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소비자들이 옷을 보유하는 기간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미국에서 버려지는 옷의 85%는 쓰레기 매립지로 향한다.

지금 패션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지속 가능성(sustainable)’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속속 출시되는 지속 가능한 스니커즈가 대표적이다. 버려진 플라스틱병으로 운동화를 만들고, 해조류나 콩 등 친환경 식물 재료를 활용한다. 생태 운동화, 식물성 운동화라는 표현도 나올 정도다. 요즘 흔한 한정판 운동화, 줄 서는 운동화가 아닌 지속 가능한 운동화라니. 생소한 수식어지만 들여다보면 지금 시대의 명분을 가장 잘 담았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속 가능 스니커즈의 대표주자, 베자. 유기농 목화와 아마존 고무나무의 천연 고무, 코코넛 섬유 등 석유계 재료가 아닌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 운동화다. [사진 베자]

지속 가능 스니커즈의 대표주자, 베자. 유기농 목화와 아마존 고무나무의 천연 고무, 코코넛 섬유 등 석유계 재료가 아닌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 운동화다. [사진 베자]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지속 가능한 스니커즈는 프랑스 브랜드 베자(veja)다. 2004년 설립된 운동화 제조업체 베자는 아마존의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고무, 유기농 목화와 코코넛 섬유 등 천연 재료로 만든 가죽과 안감을 사용해 운동화를 만든다. 운동화에 사용되는 유기농 면화는 농약이나 제초제 없이 재배된다. 버려진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소재나 물고기 가죽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모두 공정 무역으로 수급한 재료들로 다른 브랜드의 스니커즈들에 비해 5~7배 더 비용을 들여 운동화를 만든다. 생산 원가가 늘어난 대신 광고비를 줄인다. 클래식하고 단순한 디자인이면서도 환경을 생각하고 기업 윤리를 챙기는 브랜드에 소비자들도 호감을 느낀다. 현재 전 세계 45개국에 18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7년에만 55만 켤레의 운동화를 팔아 2200만 달러(약 2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무한하게 부활하는 운동화. 운동화를 사용하다가 더러워지면 반납, 공장에서 알갱이로 분쇄해 다시 새 신발로 생산한다. [ 사진 아디다스]

무한하게 부활하는 운동화. 운동화를 사용하다가 더러워지면 반납, 공장에서 알갱이로 분쇄해 다시 새 신발로 생산한다. [ 사진 아디다스]

주로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재료나 친환경 재료를 활용해 운동화를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는 판매 방식이나 버리는 방식에 변화를 줘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사례도 있다. 아디다스의 일명 ‘무한 부활 운동화’가 그렇다. 지난해 4월 발표한 ‘퓨처 크래프트. 루프’ 라인의 퍼포먼스 러닝 슈즈로 100% 재활용이 가능한 스니커즈 제품이다. 소비자가 운동화를 사용하다가 더러워지면 반납 후 공장에서 분쇄해 다시 새 신발로 생산되는 제품으로 완전하게 폐쇄된 재활용 시스템이라고 해서 ‘루프(LOOP)’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반적으로 운동화는 복잡한 재료와 접착제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 기껏해야 운동화를 재활용해 가방 등을 만드는 이유다. 아디다스의 루프 제품은 한 가지 재료를 사용하고 접착제를 빼 처음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운동화다. 제품이 수명을 다해 아디다스에 반납되면 세척 뒤 작은 알갱이로 분해돼 다시 새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폐기물은 없다. 현재 약 200켤레 신발이 베타 테스트 중으로 2021년 봄에 공식 출시된다.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녹여 뽑아낸 실로 캔버스 천을 짜 만든 컨버스의 '리뉴 캔버스'. [사진 컨버스]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녹여 뽑아낸 실로 캔버스 천을 짜 만든 컨버스의 '리뉴 캔버스'. [사진 컨버스]

버려진 페트병으로 생산된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운동화를 만든 브랜드도 있다. 바로 컨버스다. ‘컨버스 리뉴 캔버스’라는 이름의 컬렉션으로 플라스틱병을 활용한 캔버스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를 위해 컨버스는 리사이클링 기업인 ‘퍼스트 마일’과 협업해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수거한 플라스틱병을 녹여 실을 만들고, 이 실을 사용해 친환경적인 캔버스를 생산한다. 지난 10월에는 버려진 청바지를 사용해 만든 ‘컨버스 리뉴 데님 트라이 패널’ 컬렉션을 출시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빈티지 소매업체인 ‘비욘드 레트로’와 협력해 대량의 데님 원단을 공급받은 후 이를 가공해 운동화를 만들었다.

피마자 콩, 유칼립투스 나무, 해조류 등을 활용해 만든 식물성 러닝화. [사진 리복]

피마자 콩, 유칼립투스 나무, 해조류 등을 활용해 만든 식물성 러닝화. [사진 리복]

리복은 식물성 러닝화를 개발 중이다. 피마자 콩으로 만든 미드솔에 유칼립투스 나무로 만들어진 몸통 부분, 해조류로 만든 라이너와 천연 고무창 등을 장착한 제품을 출시한다. 피마자 콩은 극소량의 물만 있어도 재배할 수 있고 기존 화석 기반 자원과 비교해 탄소 배출을 3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재료다.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소재를 개발해 앞으로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나이키는 지난해 7월 러닝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조각들을 미드솔에 적용해 ‘줌X 비스타 그라인드’ 제품을 출시했다.

운동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조각들을 미드 솔에 넣었다. 덕분에 더 가볍고 탄력성이 좋은 제품이 만들어졌다. [사진 나이키]

운동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조각들을 미드 솔에 넣었다. 덕분에 더 가볍고 탄력성이 좋은 제품이 만들어졌다. [사진 나이키]

패션 업계가 너나 할 것 없이 지속 가능성에 눈을 뜨고 있다. 이번엔 운동화다. 물론 가장 지속 가능한 선택은, 아무리 친환경적인 운동화라고 해도 새로 사는 것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운동화를 고쳐가며 오랫동안 신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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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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