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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말하자 "시해범"···남산의 부장 김재규 법적 판단은

중앙일보

입력

영화 '남산의 부장들' 한 장면. [사진 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한 장면. [사진 쇼박스]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극장가를 휩쓸면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김 전 부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중앙정보부장 김규평(배우 이병헌 분)으로 그려졌다.

영화를 연출한 우민호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정치색을 띠는 영화가 아니다”고 말했지만,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정치적 해석으로도 번지고 있다. 핵심은 김 전 부장이 ‘내란목적 살인 및 내란수괴미수죄’인(人)인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법적으로 그에 대한 판단은 끝난 상황이다.

10ㆍ26사태 관련 현장검증 중인 김재규 전 부장. [중앙포토]

10ㆍ26사태 관련 현장검증 중인 김재규 전 부장. [중앙포토]

법적 신청기한 12년전 끝나 

일각에서 제시하듯 민주화 의사로 인정받으려면 우선 현행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김 전 부장의 유족이 신청서를 내야 심의로 이어지는데, 이미 신청기한이 12년 전쯤에 끝났기 때문이다.

31일 행정안전부 과거관련업무지원단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에 따르면 현행 민주화보상법은 명예회복 신청절차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이와 달리 보상금이나 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의 지급 신청에 대한 내용은 명시돼 있다. 과거 법을 만들 때 국가의 재정 부담 등을 감안해 예산이 드는 보상·지원금의 신청기간을 제한해놓은 건대 사면·복권·전과기록 말소 같은 명예회복 기간까지 한데 묶어놓은 것이다.

재판 받고 있는 김재규 전 부장. [중앙포토]

재판 받고 있는 김재규 전 부장. [중앙포토]

관련 법 개정안 발의했지만 계류 중 

결과적으로 명예회복 신청기한은 보상금·지원금 신청기한처럼 2007년 말로 끝난 상황이다. 이에 2018년 5월 위 의원이 명예회복 신청을 항상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없었다. 현재 계류 중인 상황이다.

과거관련업무지원단 관계자는 “명예회복 신청이 이뤄지려면 먼저 법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신청기한이 끝난 뒤 추가로 들어온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묘. [중앙포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묘. [중앙포토]

정치적 시선 엇갈려

만일 20대 국회 막바지에 밀린 법안의 일괄 처리가 된다 해도 의사자 지정까지는 상당한 정치적 논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04년 김 전 부장의 유족은 뜻을 함께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으로 명예회복 신청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심의위는 시해를 민주화운동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찬반 입장으로 팽팽히 나뉘었다고 한다.

찬성쪽은 “10·26 사태를 계기로 유신체제가 종식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쪽은 “김 전 부장의 행위는 권력투쟁 과정에서 나왔다”고 맞섰다. 심의위원 표결도 5대 5로 나왔다고 한다. 유족 측은 이후 신청을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0·26 사태 40주기였던 지난해 역시 김 전 부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단적인 예가 김 전 부장과 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있었다. 선산읍 승격 40주년 기념행사에서 장세용 구미시장이 김 전 부장을 “장군”으로 표현하자,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이 “시해범”이라고 반발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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