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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29년 만에 첫 분기 손실…철의 시대 쇠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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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철광석 가격이 올랐지만 불황 탓에 강판 가격을 올리기 어려웠다. 사진은 열연 강판. [사진 현대제철]

철광석 가격이 올랐지만 불황 탓에 강판 가격을 올리기 어려웠다. 사진은 열연 강판. [사진 현대제철]

철강산업 ‘보릿고개’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함께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철강재 수요 감소가 원인이다.

중국 철강 증산, 글로벌 수요 부진 #작년 4분기 영업손실 1479억원 #곧 나올 포스코 실적도 감소 유력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에 매출 4조8129억원, 영업손실 1479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4분기 실적은 증권사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한 수치로 분기 영업손실은 현대제철의 모태인 인천제철 시절을 포함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2019년 매출은 20조5126억원, 영업이익은 3313억원으로 2018년보다 각각 1.3%, 67.7%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한때 철광석 가격이 t당 120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봉형강(철근·H형강) 부문도 하반기 건설수요 부진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희망퇴직 비용 100억원, 재고자산 폐기 200억원, 탄소 배출권 충당금 200억원 등 일회성 비용 500억원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통해 100여 명의 인원을 줄였다.

글로벌 철강업체 톱 10.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글로벌 철강업체 톱 10.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31일 실적을 발표하는 포스코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19곳의 지난해 4분기 포스코 실적 전망치는 매출 16조3729억원, 영업이익 8129억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4분기보다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36.1% 감소한 수치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의 부진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을 비롯해 철강이 쓰이는 자동차·조선·건설 경기 침체, 중국의 조강 증산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 과잉, 철광석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 발레 댐 사고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 등이다.

중국 조강 생산량과 전 세계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 조강 생산량과 전 세계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재윤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전반적으로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철강 수요가 줄고 있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경량화 추세에 따라 알루미늄·탄소섬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이런 흐름에 맞춰 기존 자동차용 강판보다는 특수강에 치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올해 특수강 생산량을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자동차용은 42만t에서 52만t으로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철강업체의 영업이익 급감은 원자재 가격을 제품에 반영하지 못한 데서 비롯했다. 자동차·조선 등의 실적 부진 탓에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강판·후판 가격을 올릴 수가 없었다. 가격 인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 중국의 공급 과잉 후폭풍이 한국 철강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라는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글로벌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글로벌 환경에 따라 실적 개선 요소는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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