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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가능성 있다지만…잠복기 감염 위험, 국내선 'NO'

중앙일보

입력

28일 오후 울산대병원 응급실 앞에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있다. [뉴스1]

28일 오후 울산대병원 응급실 앞에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있다. [뉴스1]

최장 14일.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잠복기다. 잠복기는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잠복기엔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잠복기 감염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8일 기준 확진 환자가 4515명이며, 이 중 106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루 만에 환자는 1771명, 사망자는 26명이 각각 늘어났다.

잠복기에도 환자가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주장은 중국에서 먼저 나왔다. 마샤오웨이(馬曉偉)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위원장은 26일 "사스(SARS)와 달리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복기 동안 확산하는 경로를 밟았다"며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제한돼 있는 데다 변종이 초래할 위험에 따른 불확실성도 있다"고 밝혔다. 환자 증가세가 갈수록 가팔라지자 증세가 있는 확진자뿐 아니라 잠복기 환자들도 2차 감염을 초래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국내 보건당국은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7일 "메르스(MERS)와 사스 사례를 참고해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 감염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도 "중국에 (잠복기 감염 관련) 자료 요구를 하고 기관장과 전화 통화도 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근거를 공개하거나 제공하지 않는다"며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들이 공개돼야 전 세계가 같이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Q&A. 그래픽=신재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Q&A. 그래픽=신재민 기자

전문가들은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잠복기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전 감염병 사례를 참고했을 때 그럴 확률이 매우 낮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잠복기 감염 주장이 커지면 기존 방역 체계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에서 상황 통제가 안 되니까 내놓은 정치적 발언이 아닌가 의심된다. 우한에선 환자가 발생해도 왜 감염됐는지 노출 이력을 따지기도 힘든 상태"라며 "중국 측에서 잠복기 감염 사례를 근거로 들지도 않았다. 앞으로 역학조사를 통해서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잠복기 감염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이런 부분 때문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일부러 강조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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