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워싱턴 강타···트럼프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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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저격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질된 후 그에 대한 비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질된 후 그에 대한 비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3월 출간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상황이 벌어진 방: 백악관 회고록』의 내용이 일부 공개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볼턴의 책 초안을 읽은 이들을 취재해, 지난 26일(현지시간)부터 그의 회고록 내용을 이틀 연속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파고들고 있다.

NYT가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은 트럼프를 탄핵 심판까지 끌고 온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에게 “우크라이나 정부가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할 때까지 안보 관련 원조를 보류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28일에는 또 다른 내용이 보도됐다.

NYT에 따르면 볼턴은 이 책에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불만도 털어놓았다. 트럼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같은 "독재자"와 친밀하게 지냈단 얘기다. 신문은 "볼턴은 지난해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에게 이런 걱정을 털어놓았으며, 바 장관 역시 같은 우려를 전했다"고 전했다.

볼턴은 지난해 11월에도 한 연설에서 “(터키에 자산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는 자신의 재정적 이익 때문에 그 나라에 더 관대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함께 일할 당시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함께 일할 당시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볼턴의 회고록 내용은 워싱턴 정가를 강타했다. 탄핵 위기를 ‘민주당의 정치적 행위’라며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 했던 공화당에선 볼턴의 이 책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상원의 탄핵 심판에서 볼턴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일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내용이 직접 언급된 탓이다. 민주당 측에선 당장 볼턴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부자 수사와 우크라이나 원조를 연계하라고 존 볼턴에게 말한 적이 결코 없다”고 반박했지만, 공화당 의원 중에서도 밋 롬니를 비롯한 몇몇 의원들이 볼턴 증인 채택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공화당이 우위인 상원(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공화당 내 집안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이 미언론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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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전 보좌관은 상원이 증인으로 소환할 경우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볼턴은 대북 강경 정책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빚다 지난해 9월 경질됐다. 이후 그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 강연 등을 통해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비판해왔다.

한편 NYT는 “볼턴의 책은 이미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며 “예약판매를 시작해 지난 27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17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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