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권 주지 않고 내린 학폭위 처분은 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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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중앙일보]

제주지방법원 [중앙일보]

반론권을 주지 않고 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결정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제주도내 모 중학교 학생 A양(16)이 학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학교폭력 가해학생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A양측은 학교 측의 결정이 절차적 하자가 있는 처분을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취소돼야 함을 주장했고, 법원이 이 여학생 측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제주지법, 중학생이 교장 상대로 낸 소송서 원고 승소판결 #"처분사유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의견진술 기회 보장안해" #

소송은 A양이 미성년자이므로 친권자인 부모가 법정대리를 맡아 진행됐다. A양과 해당 학생의 부모는 2018년 9월 학교 측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A양은 1학년이던 2018년 3월부터 7월까지 동급생인 B양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하고 그의 어머니로부터 언어폭력 피해를 보았다며 그 해 9월 10일 학교폭력신고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이에 학교는 그해 9월 28일 학폭위를 열어 A양과 B양에게 각각 쌍방 서면사과와 접촉, 협박, 보복행위 금지, 학생과 보호자에 대한 4시간의 특별교육이수를 명령했다. 피해학생인줄만 알았던 A양이 징계위원회에서 ‘가해학생’에도 해당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A양과 부모는 반발했다. 2018년 10월 법원에 이에 따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양과 부모는 자신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사실을 통보 받지 않았고 이에 대한 설명과 의견기회 조차 부여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학교가 학교폭력 처분 사유를 사전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도 가해 사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5항에는 자치위원회는 징계를 하기 전에 가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이) 원고에게 보낸 학폭위 회의 참석요청서 내용과 실제 회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학교폭력을 신고한 원고(A양)가 가해학생인 사안으로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원고가 알기 어렵다. 또 회의에서도 원고의 의견진술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취소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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