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쩌다] 연말정산 시즌에 비트코인 세금을 들여다본다

Join:D

입력

업데이트

[출처: 셔터스톡]

[고란의 어쩌다 투자]  연말정산 시즌입니다. 누구나 알지만 매번 할때마다 헛갈립니다. 일단,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15일 오전 8시 오픈했습니다. ‘13월의 보너스’라는데 2018년 기준으로 세금을 낸 근로자 1136만 명 가운데 351만 명은 평균 84만 원을 더 내야 했습니다. 보너스가 아니라 ‘13월의 청구서’가 된 거죠. 도대체 연말정산이 뭐길래 ‘공돈’(?)이 생기기도, 청구서가 날아들기도 할까요. 연말정산과 코인은 어떻게 신박하게 연결이 될까요. 

월급만 받았다면 세금 신고 안 한다

이번 칼럼의 주제는 소득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뿐아니라 외국 국적이라도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이 있으면 소득세를 내야만 합니다. 세법에서 정확히는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분류하는 게 아니라, 거주자와 비거주자로 구분합니다. 말이 어색하니까 통상 비거주자를 외국인으로 부르죠.

사람들이 보통 말하는 소득을 세법에서는 종합소득이라고 부릅니다. 종합소득은 이자ㆍ배당ㆍ사업(부동산임대)ㆍ근로ㆍ연금ㆍ기타소득 등 6가지가 있습니다. 종합소득이 있다면 다음해 5월에 세무서에 종합소득세를 신고ㆍ납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직장 다니는 대다수 분들은 아마 월급받았다고 세무서에 소득을 신고ㆍ납부해 보신 분들이 없을 것 같습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다음의 경우에 해당되면 종합소득세를 확정신고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안내를 하더군요. 바로 ‘근로소득만 있는 사람으로서 연말정산을 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참고로 저는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ㆍ납부합니다. 월급 말고 각종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받은 출연료, 세법상으로는 기타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정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왜냐고? 회사가 세금 떼고 월급 주기 때문

그렇다면 왜 근로소득만 있으면 종합소득세를 확정신고하지 않아도 될까요. 이미 월급을 받을 때 회사가 세금을 떼고 주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이 땅의 월급쟁이들에게 세금을 내라고 정부가 독촉하기 어렵습니다. 또 사람 마음이 월급받을 때 다르고 나갈 때 다르지 않겠습니까.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고요. 실무적으로 정부가 한 명 한 명 세금을 받으러 다니기 어려우니, 월급을 주는 회사한테 알아서 미리 세금을 떼라고 강제합니다. 이를 ‘원천징수’라고 부릅니다. 직장인 월급이 유리지갑인 이유가 바로 회사가 원천징수를 한 뒤 월급을 주기 때문입니다. 탈세의 여지가 전혀 없죠.

원천징수하면 근로소득에 대한 것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6가지 종류의 종합소득에 대해서 모두 원천징수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출연료는 기타소득입니다. 방송국에서 원천징수하고 출연료를 주기 때문에 100원 단위로 통장에 찍힙니다. 혹시 은행 예금 만기 후에 받은 이자를 꼼꼼히 계산해본 적 있으신지요. 분명 연 2% 준다고 했는데 계산해 보면 연 2%가 안 나올 겁니다. 이것도 은행이 이자를 지급할 때(이자소득) 원천징수를 하고 고객 대신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원천징수 세율은 다음과 같습니다(다만, 제가 받은 출연료의 경우엔 필요경비를 받은 돈에서 60% 공제해 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원천징수세율은 받은 돈의 8.8% 정도입니다).

다른 소득이 별로 없으면 원천징수로 세금 문제 클리어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다른 소득에 대해서도 다 원천징수를 합니다. 그런데 왜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또 해야할까요. 세금에는 재분배의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소득세는 누진제 구조를 띱니다. 돈을 많이 벌 수록 많이 내야 합니다. 종합소득세를 부과하는 기준(과세표준)에 따른 세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 연봉이 9000만 원(그랬으면 좋겠습니다 ㅠ)이고, 지난해 라디오 출연료로 1000만 원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2019년 제 총 소득은 1억 원입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모 기자는 라디오 출연료로만 1000만 원을 벌었습니다. 그렇다면 라디오 출연의 대가로 내야하는 세금이 저와 김 기자가 같아야 할까요. 제가 다 합치면 훨씬 더 많이 벌었으니까 저는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종합소득세 과세 표준으로 보자면 제 경우 세율은 35%입니다. 원천징수세율은 22%이니, 13%포인트의 세율로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출연료를 받았거나 원고료를 받은 경우는 보통 직장인분들 가운데도 꽤 있을 겁니다. 이런 자잘한 돈까지 하나하나 계산하기 어려우니 기타소득의 경우에는 필요경비(받은 돈의 60%로 간주합니다)를 제한 금액이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그냥 원천징수하고 세금 계산을 끝냅니다. 이자나 배당 등 금융소득의 경우에는 연간 소득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역시 원천징수한 걸로 세금 문제를 클리어하고요. 이걸 전문 용어로 분리과세라고 합니다(다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면제 한도는 2019년까지 2000만 원이고 앞으로는 1000만 원으로 낮춘다고 합니다). 

연말정산은 그렇다 치고 낸 돈을 돌려받는 것

그럼, 연말정산은 왜 하는 걸까요. 앞서 세금에 재분배 정신이 녹아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울러 세금에는 복지의 성격도 있습니다. 자녀를 여럿 부양하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경우에는 세금을 깎아줍니다. 의료비로 많이 썼다면 역시 깎아주고요.

하지만 원천징수를 하는 회사 입장에선 근로자 개인이 부모님을 부양하고 있는지, 의료비로 얼마를 썼는지 등을 하나하나 알기 어렵습니다(사실, 알아서도 안 되는 문제 같네요). 회사는 그저 소득(정확히는 근로소득간이세액표, 총급여액에서 근로소득공제(사업소득으로 치면 필요경비에 해당합니다)를 뺀 금액)에 따른 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를 하고 월급을 줍니다.

이렇게 1년 동안 세금을 다 떼고 난 다음에 근로자 개개인별로 각자의 사정을 소명해서 정확한 세금을 계산해 내는 절차가 연말정산입니다. 부모님도 모시고 있고, 애도 둘이나 되고, 의료비로 엄청 썼으며, 카드로 쓴 돈도 엄청 많다는 등의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이를 적용해서 정부는 진짜 내야하는 세금을 확정합니다. 만약 이렇게 산출된 세금 액수가 이미 낸 세금 액수보다 적다면 이미 낸 세금에서 다시 돈을 돌려받는 게 연말정산‘환급’입니다. 

비트코인에는 어떤 세금을? 일단 외국인엔 기타소득세

코인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을 사고 팔아서 돈을 벌었다면 그건 어떤 소득에 해당할까요. 어떤 소득인지를 규정해야 그에 맞는 세금을 매길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의 성격 규정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대체로 양도소득으로 규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주식을 사고 팔아 번 돈에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앞서 다룬 기사에서 미국에서 절세 목적으로 연말 연초에 비트코인을 팔고 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 떨어졌다가 오른 것 아니냐는 가설을 전해 드렸습니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에 양도소득세를 물리니까 연내 비트코인 팔아 손실을 확정하면 다른 소득에서 손실분을 차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절세가 가능합니다.

일단 현재까지 암호화폐 투자자에 대해 세금을 물린 사례는 지난해 말 빗썸에 과세한 803억 원이 유일합니다. 빗썸에 법인세를 내라고 한 게 아닙니다. 비거주자(외국인)의 암호화폐 투자를 통한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의무가 빗썸에 있는데, 빗썸이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으니 빗썸이 이를 대신 내라고 한 경우입니다. 내국인에게 세금을 매기려면 법에 관련 조항이 있어야만 합니다(열거주의). 아직 법이 없으니 내국인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에는 조세조약에 따라 명시되지 않은 모든 소득에 과세가 가능합니다(포괄주의). 그래서 국세청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5년)이 지나기 전에 일단 외국인의 암호화폐 매매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22%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조세법률주의, 어떤 세금을 매길까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세금을 매겨야 할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세금을 매기려면 법에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가 7월에 세법개정안을 내놓습니다. 기재부의 원칙은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세금을 매길 지에 대해서는 7월 이전에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거래세: 소수 의견입니다. 주식처럼 사고팔 때마다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는 거죠. 세금을 부과하고 걷기가 아주 편합니다. 거래소가 원천징수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해외와 달리 주식 매매 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지 않는 건 주식에 대한 일종의 특혜입니다(단, 대주주 등 큰 손은 양도소득세를 냅니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 해서 번 돈에는 세금을 안 내게 해 준다는 취지죠. 대부분의 코인 투자자들은 거래세를 선호하겠지만, 코인 투자를 도박으로 보는 정부 입장에서 암호화폐 소득에 거래세 부과라는 특혜를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②양도소득세: 해외에서 주로 암호화폐에 적용하는 과세 체계입니다. 투자자가 자신이 코인 투자를 통해 얼마를 벌었는지를 신고하면 그에 대해서 정부가 세금을 매기는 거죠. 투자자가 성실하게 신고했는지 거짓말을 했는지를 정부가 알아야 하기 때문에 거래소의 자료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가끔 외신에서 거래소가 고객들의 거래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 못하겠다 설왕설래가 벌어지는 게 이 때문입니다. 만약 암호화폐 매매 수익에 대해서 양도소득세를 적용한다면 암호화폐를 세법상의 투자자산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양도소득은 원천징수가 가능한 6가지 종합소득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소득을 지급하는 주체(예를 들어 회사)의 원천징수 의무가 없고, 양도소득이 발생한 사람이 자진해서 자신의 소득을 신고하고 그에 맞는 세금을 내야 합니다. 세금 신고라는 걸 실제로 해 본 이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주식에 대해서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기 때문에요), 코인 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관련한 탈세를 적발하기 위한 인력도 부족할 텐데, 털어봐야 얼마 나오지도 않을 코인 관련 탈세를 잡기 위해 과세 당국의 인력을 투입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수익 계산도 쉽지 않습니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 도대체 어디까지가 손실인지 판단이 어렵습니다. 다만, 매년 현금 입금액과 연중 현금 출금액 및 연말 현금 잔액을 합한 액수를 기준으로 손실 여부를 판단해 보는 게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선 실명확인된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가 이뤄져야 하겠죠. 지금처럼 벌집계좌를 이용해 거래하는 경우엔 정확한 소득 산출이 어려울 겁니다. 어쨌거나 양도소득세의 경우엔 국민이 성실하게 소득을 신고ㆍ납부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투자자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신고하고 납부할지 저도 의문입니다.

③기타소득세: 현재 기재부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타소득은 복권당첨 소득, 인세, 강연료 등 다른 소득으로 분류되지 않는 그야말로 기타의 소득입니다. 세법을 약간만 개정해서 기타소득의 항목에 가상자산(이른바 특금법에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표현했습니다)을 넣기만 하면 됩니다.

기재부에서 기타소득 얘기가 나오는 건 아마 과세 편의성 때문일 것 같습니다. 거래소에 원천징수 의무를 부과하면 정부가 일일이 신고를 받을 필요가 없고, 거래소가 알아서 세금을 떼서 납부하기 때문이죠. 암호화폐를 얼마나 보유했느냐 등을 따질 필요 없이 일괄적으로 세율(22%)을 적용하면 되니까 계산이 편하죠. 앞서 국세청이 빗썸에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수익에 원천징수 의무를 부과한 경우에, 국체청은 과세 대상 금액을 현금 인출액 전액으로 계산했습니다. 사실상 계산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만약, 국내 투자자들이 얻은 암호화폐 수익에 기타소득을 물리겠다면 ‘출금액-입금액’ 등으로 계산해 해당 기간 동안 기타소득세율을 일괄 적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거래소별로 코인을 이동하면서 매매해고 인출한 경우 실제 소득 계산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일단 해당 거래소를 통한 자금 입출금에 대해서만 원천징수를 하고, 역시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하 개별 거래소의 자금 입출금 내역으로 소명하면 될까요. 여러 가정을 해 보는데 참 구멍이 많습니다.

Rani’s note 과세 의지만큼 투자자보호 의지도 보여달라

7월까지 기재부가 여러 이해관계 당사자의 의견을 취합해 가장 합리적은 결론을 내놨으면 합니다. 전문가분들이니 현실적으로 가능한, 그러면서 조세 정의에 부합하는 해법을 내놓으리라 믿습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정부의 대원칙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투자자로서 아쉬운 점은 과세를 하겠다면 암호화폐에 대한 적법한 투자자산으로서의 인정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처럼 저쪽에선 바다이야기나 다를 바 없다고 취급하면서 이쪽에선 세금을 매기겠다면 과연 누가 그걸 조세 ‘정의’라고 할까요. 또 적법한 투자자산이라면 그에 걸맞은 투자자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세금까지 거둬가면서 투자자를 무법 천지에 두겠다는 건 정부의 직무유기가 아닐까요.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