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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80만원, 울산 1억…같은 밍크고래인데 몸값 다른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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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5일 울진 앞바다에서 통발어선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를 발견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울진 앞바다에서 통발어선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를 발견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경북 울진군 죽변항 인근에서 조업하던 통발어선 그물에 밍크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이 고래는 길이 5.2m, 몸통 둘레 2.9m로 울진 죽변수협에서 3300만원에 거래됐다. 뒤이어 이날 영덕군 창대항 해상에서 조업하던 자망어선 그물에서도 죽은 밍크고래 한 마리가 발견됐다. 길이 5.68m, 둘레 3.35m로 7130만원에 팔렸다. 같은 날 건져 올린 비슷한 크기의 밍크고래 가격이 3000만원 넘게 차이 난 것이다.

“껍질·내장 신선도 가장 중요해” #껍질 대부분 벗겨진 밍크고래 #1차 경매에서 팔리지도 않아 #2016년엔 1억 넘어 ‘바다의 로또’

고래가 자주 잡히는 경북 울진·영덕·울산지역 수협 위판장에 따르면 밍크고래 가격은 낮게는 수십만원에서부터 높게는 1억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수협 위판장들은 껍질 신선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고래는 살코기뿐만 아니라 껍질·혓바닥·내장·꼬리·지느러미 등 여러 부위를 먹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껍질이 있는 부위로 만든 수육이 인기가 있어 껍질 신선도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7130만원에 밍크고래가 거래된 영덕군 강구수협 관계자는 “고래가 죽은 지 10일이 지나 생고기를 손으로 뜯었을 때 뜯겨나갔을 정도로 신선도가 좋지 않았지만, 껍질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며 “고래고기 중 인기 있는 부위인 턱과 목 부위 껍질도 잘 보존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울진에서 잡힌 밍크 고래는 껍질 부패가 어느 정도 진행돼 살코기만 먹을 수 있을 정도여서 쌌다고 한다. 울산 방어진 수협 관계자는 “고래는 크기·무게보다는 내장과 껍질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달라진다”고 했다.

실제 2015년 7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발견된 4.7m 길이의 밍크고래는 죽은 지 수일이 지나면서 껍질이 대부분 벗겨져 겨우 80만원에 거래됐다. 심지어 1차 경매에서 낙찰되지 않아 2차 경매 때 팔렸다. 하지만 2019년 12월 초 울산 해경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밍크고래(6.7m)는 1억700만원에 공매됐다. 껍질과 내장 신선도가 우수해서다.

불법포획한 고래는 유통이 금지돼 있다. 다만 그물에 걸린 거나(혼획), 해안가로 떠밀려 오거나(좌초), 죽어서 해상에 떠다니는(표류) 고래만 해경에 신고해 판매할 수 있다. 우연히 잡은 고래만 유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마저 밍크고래·큰돌고래처럼 크기가 작고 개체가 비교적 많은 고래류만 해당한다. 하지만 참고래·브라이드고래·혹등고래 등 보호 대상 10종은 어떤 경우에도 유통할 수 없다. 2019년 12월 22일 제주시 한림읍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멸종위기종 참고래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보호종이 아닌 고래는 어떻게 유통될까. 해경은 고래가 잡혔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불법 포획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검시를 한다. 1~2시간 검시를 거쳐 불법 포획흔적이 없고 금속 탐지작업을 했을 때 작살 조각 등이 탐지되지 않으면 고래유통 증명서를 발급한다. 이후 수협 위판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해경은 고래 판매 즉시 DNA 샘플을 채취해 2011년부터 혼획 고래의 DNA를 보관하는 고래연구소로 보낸다. 잡힌 고래의 DNA를 채취해 고래연구소에서 보관 중인 DNA와 일치하면 혼획으로 보고, 그렇지 않으면 불법포획한 것으로 판정하기 위해서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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