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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가족 충북혁신도시…진천은 반색, 음성은 울상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충북 진천군 덕산면에 위치한 진천음성 혁신도시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다. [중앙포토]

충북 진천군 덕산면에 위치한 진천음성 혁신도시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다. [중앙포토]

전국에서 유일하게 진천과 음성 등 2개 군(郡)에 걸쳐 조성된 충북혁신도시를 두고 양 지역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동주택 70% 차지한 진천 젊은층 몰려 인구 증가 #음성군 3년 연속 인구감소…초고령사회 진입 #진천 "혁신도내 인구 늘어 예산 확보도 유리" #음성 "택지개발 서둘러 전출 막을 것" 대책 부심

혁신도시 내 아파트촌 부지를 대거 차지한 진천은 인구가 늘면서 반색하고 있다. 반면 혁신도시에 인구를 빼앗긴 음성은 3년 연속 군 전체 인구가 줄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혁신도시의 ‘노른자 땅’이라 불리는 산업용지와 상업지구를 확보하고도 음성군이 울상짓는 이유다.

12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충북혁신도시 인구는 2만5937명으로 3년 전보다 1만여 명이 늘었다. 2014년 아파트 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공공기관 직원과 혁신도시 주변 산업단지 근로자가 몰린 결과다. 아파트 단지는 15개 중 12개 단지(1만952세대)가 입주를 마쳤다.

충북혁신도시의 전체 면적은 약 6.9㎢다. 이 가운데 행정구역상 48.7%(3.37㎢)는 진천군 덕산읍, 51.3%(3.55㎢)가 음성군 맹동면으로 나뉘어 있다. 공동주택의 약 70%가 행정구역상 진천군에 속한다.

충북혁신도시 토지이용계획도. [사진 충북도]

충북혁신도시 토지이용계획도. [사진 충북도]

진천은 혁신도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진천군 인구는 8만1084명이다. 1년 전 7만8218명보다 2866명(3.7%) 증가하며 충북 11개 시·군 가운데 인구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혁신도시에 속한 덕산읍은 인구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7월 면(面)에서 읍으로 승격했다. 덕산읍 인구는 지난해 말 2만4817명으로 전년 대비 18.7%가 늘었다.

전복근 진천군 인구통계팀 담당은 “혁신도시 반경 6㎞에 2014년부터 대형 산업단지를 3곳을 조성했는데 기업체 근로자들이 혁신도시 아파트에 집을 장만하면서 덕산읍 인구가 늘고, 덩달아 진천군 전체 인구도 늘었다”며 “음성에서 혁신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아파트 단지가 많은 덕산읍에 전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음성은 혁신도시로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인구가 줄고 있다. 음성군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9만4982명으로, 1년 전 9만5830명보다 848명(0.8%)이 감소했다. 이 지역 인구는 2016년 9만778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줄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1만9067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최연락 음성군 인구평가관리팀장은 “혁신도시(진천 덕산읍)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전체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며 “혁신도시에 신설학교나 도서관·영화관·체육시설 등 도시 인프라가 잘 형성돼 있어 선호도가 높다. 주거지역이 많은 진천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혁신도시 공용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음성지역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충북혁신도시는 진천과 음성 등 2개 행정구역으로 나뉘면서 2년 전 택시 사업구역 조정으로 갈등을 겪었다. [중앙포토]

혁신도시 공용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음성지역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충북혁신도시는 진천과 음성 등 2개 행정구역으로 나뉘면서 2년 전 택시 사업구역 조정으로 갈등을 겪었다. [중앙포토]

7년 전 충북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이전이 시작될 때만 해도 진천과 음성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당시 음성군은 “공공기관 5개 외에 상업용지 70%와 56만5000㎡ 규모의 산업용지 등 핵심부지를 확보해 지역발전이 기대된다”고 반겼다. 혁신도시 내 기업유치로 인한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노린 것이다. 6개 공공기관을 제외한 대부분 부지가 공동주택에 속한 진천군은 혁신도시 건설에 따른 파급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진천군 관계자는 “꼭 혁신도시가 아니더라도 진천과 음성 모두 수도권과 가까워 기업유치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최재민 음성군 혁신전략실 팀장은 “혁신도시 주변에 주거용지와 결합한 복합산업단지와 택지개발을 추진 중이다. 혁신도시와 인접한 맹동면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면 인구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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