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객기 격추’ 추모 집회 참석한 英대사 체포했다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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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에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격추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철야 집회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에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격추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철야 집회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이란 주재 영국 대사가 여객기 격추 사건으로 촉발된 현지 집회에 참석했다가 체포됐다고 영국 텔레그래프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롭 매케어(53) 대사는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격추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철야 집회에 참석한 뒤 이란 당국에 체포됐다.

테헤란 시내 아미르 카비르 공과대학에서 열린 해당 집회는 당초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자리로 계획됐다. 그러나 이후 집회가 이란 정부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로 변질되자 매케어 대사와 대사관 직원 1명은 자리를 떠났다. 매케어 대사는 이발을 한 뒤 대사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붙잡혔다.

매케어 대사는 이란 외무부의 개입으로 곧 풀려났지만, 한때 자국 대사가 구금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정부는 거센 항의를 쏟아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은 “근거나 설명이 없이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를 체포한 것은 악질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 외무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란이 매케어 대사와 영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고 발표했다.

아바스 아라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트위터에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 당국은 불법 집회에 참석한 외국인을 체포했다”며 “경찰은 나에게 자신이 영국 대사라고 주장하는 남자를 체포했다고 알려줬고, 나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었다. 나는 그 남자와 전화통화를 한 이후에야 그가 영국 대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15분 뒤 그는 석방됐다”고 전했다.

한편 매케어 대사는 자신이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매케어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어떤 시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비극의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로 홍보되는 행사에 갔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30분 동안 체포돼 있었다며 “외교관을 체포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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