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경주’ 다카르 랠리가 올해도 어김없이 사막을 질주하고 있다.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출발한 경주는 오는 17일 골인을 앞두고 아라비아 사막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랠리는 경기장 트랙을 도는 경주가 아니다. 사막, 계곡, 산길, 비포장도로, 밀림 같은 험로를 달린다. 경주 기간은 길면 20일을 넘기도 한다. 15일 이상 달리는 랠리를 특히 ‘마라톤 랠리’라 부른다. 올해 다카르 랠리는 12일간 달린다. 총구간은 7,500km, 75%가 모래사막이다.
다카르 랠리는 프랑스 모험가 티에르 사빈이 창설했다. 1970년대 바이크로 사하라사막 횡단에 나섰다가 길을 잃어 목숨을 잃을 뻔했던 그는 극한 모험의 매력에 빠져 사하라사막을 횡단하는 자동차 경주를 계획한다. 1979년 파리에서 출발해 알제리, 니제르, 말리를 거쳐 세네갈 다카르에 도착하는 ‘파리 오아시스 다카르 랠리’를 탄생시켰다.
대회를 치르는 동안 출발지와 경유지, 도착지가 조금씩 바뀌었으나 사하라사막은 빠짐없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2008년 아프리카의 전쟁과 테러 위협으로 개막 하루를 앞두고 대회가 취소되자, 2009년부터 남미 안데스 산지의 아타카마사막으로 코스가 바뀌었다. 2020년에는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로 무대를 옮겼다. 그러나 대회는 여전히 '다카르 랠리'라 불린다.
올해는 모두 다섯 분야에서 자웅을겨룬다. Bike(오토바이), Quad(사륜 오토바이), Car(승용자동차), Truck(트럭), SSV(4휠 오프로드 자동차) 등이다. 60개국 300여팀이 출전해 목숨을 건 질주를 벌인다. 중반에 이른 사막의 질주를 사진으로 본다.
SSV(4휠 오프로드 자동차)부문은 2017년에 신설됐다.
한국인 출전자도 있다. 류명걸(38) 프로다.
랠리의 매력에 빠진 그는 2007년 국내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18년 10월 멕시코 바하 랠리(1500㎞) 클래스1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바이크 부문 전체 순위로는 8위. 2017년과 2019년 몽골 랠리(4000㎞)에서도 우승했다.
몽골 랠리에서는 사연이 많았다. 2013년 중도탈락, 2014년엔 완주, 2016년에는 레이스 중 팔이 부러지기도 했다. 2017년 경기에서 이전 대회에서 13시간이나 앞서 1위로 들어간 선수를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인이 우승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다.
이번 42회 다카르 랠리 바이크 부문에는 158명이 출전했다. 바이크 부문의 4개 클래스 중 류 프로가 출전하는 루키 클래스에는 40명이 포진해 있다. 그가 완주할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지 관심이다.
다카르 랠리의 모토는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오지를 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성능차량으로 순결한 사막을 헤집으며 환경을 파괴하고, 경기 도중 인명이 희생당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대회 창시자인 티에르 사빈조차 헬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간 60여 명이 이런 저런 사고로 희생됐다. ‘지옥의 랠리’라는 악명을 얻게 된 이유다. 교황청에서도 경기 폐지를 권하고 있다.
다카르랠리가 2019년을 마지막으로 남미를 떠난 것도 칠레,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 무대가 됐던 남미국가들이 연이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다. 처음으로 'no'를 선언한 칠레는 다카르랠리가 심각한 자연 훼손을 초래한다며 대회를 유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9년 대회를 앞두고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도 자연 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코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2020년 대회는 최초로 아시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게 됐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