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춤은 민중생활의 한 단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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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시대 한국무용의 인식」을 주제로 한 제 1회 무용학술세미나가 7일 문예진흥원강당에서 한무회(한양대무용연구회) 주최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선 허영일씨(중앙대강사)가 「포스트모더니즘과 한국현대무용의 가능성」, 정병호씨(중앙대교수)가 「한국무용의 분류법과 호칭상의 문제」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한국무용의 체계를 정립하는데 최우선적으로 연구돼야할 분류법과 호칭상의 미비점을 지적한 정 교수의 발표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 춤의 종류나 춤에 대한 사관이 서있지 않아 한국무용의 분류법이 체계화되어있지 못하다.
예컨대 민속무용은 직능인이 개인적 행위로 표현한 춤이 아니라 공동생활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잉태된 민중들의 공동체적인 춤이다.
따라서 무속무용이나 불교무용은 의식무용이고 살풀이춤·승무·검무 등은 예능무용으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현재 의식무용이나 공연 예술적 성격을 띤 예능무용들도 모두 민속무용으로 부르는 등의 학문적 오류와 혼동이 벌어지고 있다.
또 승무를 유교의식의 무용이 아닌 궁중무용으로 본다던가 불교무용에서 승려 스스로 수도하기 위한 작법 무와 부처님을 찬미하는·포교적 춤이 구별되지 않은 채 모두 작법 무로 불리는 것도 잘못이다. 민속무용에서 대동춤과 개인춤을 구분하지 않는다든가, 예능무용에서 살풀이춤을 살풀이라는 곡에 맞춘 고전무용으로 해석하지 않고 살을 푼다는 주술적인 의미의 살풀이춤으로 부르는 등 바로잡아야할 부분들이 수없이 많다.
표현내용·형식·기능이 각각 다른 한국무용을 분류하는데는 문화사적 측면에서 본 광의의 분류법과 각각 직능·사회학적 측면, 예술학적 입장에서 본 협의의 분류법이 있다.
문화사적 분류법의 경우 민속무용과 순수무용으로 나뉘며 민족무용은 다시 의식무용·민속무용·예능무용으로, 순수무용은 한국적 방법의 표현무용·발레식 표현무용·모던댄스파의 표현무용으로 각각 나눌 수 있다.
무용을 문화라는 넓은 시야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일부분만 보는 것이 춤의 성격과 기능에 대한판단을 그르치는 원인인 만큼 민속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무용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야한다.
문화인류학 내지 민속학과 예술학의 긴밀한 교류 속에서 무용학의 체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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