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갈때다"…고기 불판 들고서 노회찬 소환한 심상정

중앙일보

입력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서 고기 삼겹살 구워 먹으면 판이 시꺼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 시민선거인단 대국민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 일부가 고기 불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 시민선거인단 대국민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 일부가 고기 불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남긴 이 말이 8일 국회에서 회자됐다.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홀 한가운데에 고기 불판을 든 정의당 당직자들이 등장해서다. 정의당은 이날 이곳에서 ‘제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 시민 선거인단 대국민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심상정 대표는 회견에서 “오늘부터 ‘정치 판갈이 대장정’에 나서겠다”며 “진보정당 최초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준(準)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뀐 공직선거법은 정의당 입장에선 판을 바꿀 호재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일부분 보장해줘 정의당 의석수가 현재(6석)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과 함께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당원 투표 70%, 일반인 투표 30%를 반영키로 하고,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시민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심 대표는 이날 “많은 분이 개정된 선거법으로 치르는 올해 선거에서 정의당에 더 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씀하시는데, 맞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서울지역 출마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서울지역 출마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총선에서 정의당은 진보진영 내 선명성 경쟁이나 민주당과의 선거연대·연합공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의당만의 색깔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부산·울산·창원·거제 등 노동자가 밀집한 부산·경남(PK) 지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의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가졌다가 실망한 분들이 있다. 이분들이 자유한국당을 대안으로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한국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만든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 18세로 선거 연령이 내려간 것은 덤이다. 만 18세 유권자 수가 적게는 5만명, 많게는 14만명이라는 추산이 나오면서, 정의당은 일찌감치 만 18세 유권자 표심 잡기에 뛰어들었다. 전날(7일) 국회에서 열린 18세 청소년 정의당 입당식에서 심 대표는 축사 도중 눈가를 훔쳤다. 이어  ▶무이자 학자금 대출 ▶군 복무 병사 월급 100만원 ▶월 20만원 주거수당 지급 ▶20세 청년에 기초자산 5000만원 지급 등의 공약을 쏟아냈다.

정의당 일각에서는 인하된 선거 연령이 “팽팽한 접전 탓에 적은 표차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심 대표는 이날 정의당 서울지역 출마자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은 서울에서 반드시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겠다”며 “제2의 노회찬이 될 정의당 후보를 국회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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