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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치 DVD플레이어, MP3 내장폰···20년전 CES '日기업 천하'

중앙일보

입력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시간)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20'이 개막한다. 이번 CES2020에서는 5G 기술, 자율주행, 블록체인,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등 미래 기술을 엿볼 수 있다. 한때 TV 같은 가전제품 박람회였던 CES가 전세계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전시회로 거듭나기까지, CES엔 무슨 일이 었었던 걸까. 20년 전 CES2000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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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시작된 CES는 과거엔 지금처럼 첨단기술의 장이 아니었다. 혁신적인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1990년대까지는 라디오, TV, 생활가전 등의 신상품 전시가 중심이었다. 1990년대 말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이 보편화되고, 2000년대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IT업계가 CES에 참여하며 가전에서 IT로 영역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이후 CES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해 드론, 3D 프린팅, AI 등 첨단 테크 기술의 경연장이 됐다.

200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현장 [피씨와치 캡처]

200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현장 [피씨와치 캡처]

시계를 돌려 20년 전인 '2000년 CES'로 돌아가 당시의 기술 트렌드를 살펴보자. 1999년은 21세기로 세기 전환을 앞두고 컴퓨터가 연도 인식을 못 하는 '밀레니엄버그(Y2K)' 이슈가 있었던 해다. 당시 CES는 2000년 1월 6일~9일 개최됐는데 개최 전부터 Y2K 문제를 우려하는 언론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산업계가 미리 Y2K를 예방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2000년 CES는 과도기였다. 생활가전 제품이 아직 주력이었고 컴퓨터나 IT 기기는 많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CES에선 전세계 가전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 전자기업이 주축이었다.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산요 등 일본 업체들의 신제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행사장의 중심이었다. 2000년 CES의 트렌드 키워드는 '휴대 가능한 새로운 생활 기기'와 '인터넷 연결의 안전성' 등이었다.

2000년 CES에 소니가 선보였던 LCD 액정 DVD 플레이어 [피씨와치 캡처]

2000년 CES에 소니가 선보였던 LCD 액정 DVD 플레이어 [피씨와치 캡처]

샤프와 파이오니아 같은 업체는 7인치 액정이 탑재된 휴대용 DVD 플레이어를 내놓았고, 휴대용 MP3 플레이어도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카시오 같은 회사는 손목시계형 MP3(WMP-1V)를 CES에서 선보였고 삼성도 'YEPP' 같은 MP3 플레이어를 내놨다. 삼성은 그밖에 손목시계형 휴대폰이나, MP3를 내장한 휴대폰, TV 수신 기능이 있는 휴대폰 등 '독특한' 컨셉트의 기기를 대표 상품으로 냈었다. 당시 삼성이 발표한 대표 TV는 43인치 HDTV였다.

카시오의 손목시계형 MP3 제품. WMP-1V. [피씨와치 캡처]

카시오의 손목시계형 MP3 제품. WMP-1V. [피씨와치 캡처]

가전업체들이 메모리 카드를 제품에 삽입한 것도 새로운 트렌드였다. 플래시 메모리카드인 SD카드가 차세대 기록 매체로 주목을 받으며 128MB 용량의 SD카드가 큰 주목을 받았다. 도시바와 파나소닉, 샌디스크는 SD 협회를 설립하고 컴퓨터, TV,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영역에 SD 카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이 CES2000에서 선보인 전화기 호환 인터넷 단말기. [피씨와치 캡처]

인텔이 CES2000에서 선보인 전화기 호환 인터넷 단말기. [피씨와치 캡처]

지금은 AI나 클라우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IT 기업도 당시엔 'E-BOOK 단말기'(MS), '인터넷 전용 단말기'(인텔)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놨었다. 인텔은 '애슬론 800MHz' CPU가 최신 상품이었다. 지금은 1억 화소까지 올라간 디지털 카메라는 당시엔 300만화소대가 최상위 제품이었다.

ThinkOutside사가 CES 2000에 선보인 Palm 시리즈 폴딩키보드 [피씨 와치 캡처]

ThinkOutside사가 CES 2000에 선보인 Palm 시리즈 폴딩키보드 [피씨 와치 캡처]

그 밖에 개인용 정보 단말기(PDA) 보급에 따라 폴딩 키보드 같은 제품도 신형 IT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CES를 보면 한국에서 90년대 후반 인기를 끌었던 음악시뮬레이션게임 DDR( Dance Dance Revolution)과 닮은 상품 전시도 눈에 띄었다. 지금은 상용화된 '터치조작 LCD'나 '블루투스'는 미래 기술이었다. 당시 BBC 등 외신은 "블루투스 기술이 무선영역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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