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가을 산이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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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단풍이 불타고 있다. 푸르고 높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산을 온통 진홍빛깔로 물들이는 「가을의 마술사」 단풍을 감상하는 즐거움이란 가을산행의 백미. 등산전문가들은 올 단풍이 예년보다 3일정도 일찍 찾아온데다 적당한 강우량과 쾌청한 날씨의 연속으로 어느 해보다 곱고 화려한 자태를 드러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0일 설악산 대청봉에서부터 곱게 물들어 내린 이번 단풍은 하루 22㎞씩 빠른 속도로 계속 남하하고 있어 속리산·계룡산·지리산·내장산 등의 단풍 명산은 이달 20일을 전후해 피크를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국 등산연합회 조승렬 이사(33)는 『단풍산행의 최적지를 찾으려면 현지 국립공원사무소의 안내를 받는 것이 지름길』이라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에 대비, 두툼한 겉옷과 우의 등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동면 전에 독이 오른 뱀이나 지네 등 독충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철도청은 단풍객들을 위해 예년처럼 오는 17일∼11월18일까지 임시단풍열차를 왕복 운행할 예정이다.
낭만적인 단풍산행을 즐길만한 명산의 일부를 소개한다.

<설악산>
현재 정상 근처는 벌써 낙엽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 이번 주중에는 설악산 밑에서 3분의2 지점으로부터 설악동까지 단풍이 온 산을 붉게 물들여 맑은 계곡물과 어우러져 피크에 이를 전망.
외설악보다는 내설악 단풍이 더 뛰어나며 오세암 부근·가양동 계곡·12선녀탕 계곡 등의 단풍이 절경을 이룬다.
오세암 일대와 12선녀탕계곡의 단풍을 즐기려면 설악동∼비선모∼마등령∼오세암∼백담사∼용대리 코스(10시간)와 남교리∼12선녀탕계곡∼대승령∼서북능선∼귀떼기청봉∼대청봉코스(14시간)를 잡는 것이 좋다.
그러나 두 번째 코스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야영을 할 준비를 꼭 갖추어야 하며 하루코스로 즐기기 위해서는 대승령에서 서북능선을 따라 대승폭포를 거쳐 장수대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오대산>
10일을 전후해 절정을 맞을 오대산 단품의 하이라이트는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길옆 전나무숲 단풍과 월정사위 계곡단풍을 꼽는다.
대표적인 단풍산행코스는 월정사∼상원사∼중대사∼적감관궁∼비로봉∼상원사(약12㎞·5시간)이지만 1박2일로 잡으면 비로봉에서 노인봉을 거쳐 청학동 소금강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권할만하다.

<계룡산>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동학사 계곡. 동학사계곡에서 단풍을 가장 멋지게 즐길 수 있는 곳은 은선폭포에 이르는 구간으로 폭포를 돌아 으르는 가파른 계단에 설치된 쇠 난간에 기대어 눈길을 돌리면 쌀개봉(8백28m)일대의 단풍파노라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신원사 주변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탐스런 감나무의 주홍빛은 가을날의 정취를 한껏 더해준다. 15∼20일이 절정.

<적상산>
전북 무주구천동의 적상산은 깎아지른 듯한 암벽주변에 빨간 단풍이 많아 온산이 마치 붉은 치마를 두른 것 같은 자태.
특히 서쪽 사면 산허리의 병풍같은 바위는 아래위로 물든 단풍치마를 잘록히 동여맨 허리끈의 경관.
안국사·천일폭포 주변이 하이라이트. l8∼20일께 단품이 만발할 예정.

<지리산>
역시 3홍(산홍·수홍·인홍)이 어우러진 피아골이 으뜸으로 피아골의 삼홍소는 가을에야 비로소 그 자태를 드러낸다. 6㎞계곡의 단풍 길은 길손의 얼굴과 마음에까지 단풍 물을 들일 정도. 또 뱀사골은 완만한 계곡 전체가 타는 듯이 일시에 물들며 단풍터널을 이룬다. 특히 단심폭포와 병풍소 일대가 .멋진 포인트. l8∼25일이 절정.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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