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사실상 탈퇴…"핵프로그램 제한 안지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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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 [연합뉴스]

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 [연합뉴스]

이란이 사실상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했다.

이란 정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핵합의에서 정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제한 규정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이 지목한 규정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 항목으로 "이는 곧 우라늄 농축 능력과 농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핵합의는 2015년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타결한 협상이다.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보유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수량과 성능을 제한해왔다.

이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막거나 핵무기 제조와 보유에 걸리는 시간을 길게 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장치가 됐다.

하지만 이란은 지난해 5월 8일부터 60일 간격으로 4단계에 걸쳐 핵합의 이행 수준을 줄였다.

2018년 5월 8일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한 데 이어 유럽 측마저 핵합의를 사실상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은 이란에 핵합의에 복귀하라면서도 '이란의 경제적 이득 제공'이라는 핵합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사실상 동참한 것이다.

이란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은 이란이 현재 지키는 핵합의의 마지막 핵심 부분이었다"라며 "이를 버리겠다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란 메흐르통신도 이날 이란 정부의 핵합의 이행 감축 조처는 사실상 마지막 단계라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유럽이 핵합의 이행에 미온적인데다 미군 공격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하자 이같이 강경한 조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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