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배달의 민족 M&A는 정치가 간섭할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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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아한형제들과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 간 인수합병(M&A)에 정치권이 끼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오늘 국회에서 두 기업 간 결합심사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어 M&A에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치권의 이런 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무엇보다 민간 기업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M&A에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이유가 없다. M&A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이뤄지는 민간 기업의 자유로운 선택이지 정치권이 끼어들어 영향력을 행사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을지로위원회의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 민족’과 DH의 ‘요기요’ ‘배달통’이 하나로 뭉치면 국내 배달시장 점유율의 90%에 달하면서 독점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게 됨에 따라 요식업 소상공인에 대한 우월적 지위가 강화되고,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도 배달 비용이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배달 라이더의 노동환경 저하와 수수료 체계 불투명성도 거대 배달앱 등장의 부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국가에는 행정기관이라는 심판관이 존재한다.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경쟁을 촉진하는지, 국민경제의 후생을 높이는지를 따져 기업 결합을 심사한다.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작업이다. 더구나 배달앱 시장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고 있어 판단이 더 복잡하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해외 자본과 결합하지 않으면 3~4년 후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산업환경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합병을 통해 아시아 11개국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공정위가 3년 전 불허 입장을 뒤집고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합병을 동시 승인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몸집을 부풀리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을지로위원회는 앞서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하도록 주도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우버·그랩 같은 모빌리티 사업은 물론 배달앱이 국경을 넘는 시대에 정치권이 사사건건 우물 안 걱정만 해서는 곤란하다. 공정위가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맡겨 두는 것이 오히려 정치권의 올바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