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유치원 부정... 스타벅스 커피·주택 수리까지 법인 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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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사립유치원들이 법인 돈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사거나 개인 소유의 주택을 수리하는 데 사용하다 적발됐다. 사립유치원 관련 비리는 계속 드러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을 담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지난해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치원 비리 관련 그래픽. [일러스트=연합뉴스]

유치원 비리 관련 그래픽. [일러스트=연합뉴스]

경남교육청에 지난해 하반기에 도내 사립유치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통해 적발된 12곳의 각종 회계 부정행위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고 2일 밝혔다. 감사관실 감사자료 공개방에 올려진 특정감사 관련 자료에 따르면 창원의 한 유치원은 2017년 3~4월 총 6차례에 걸쳐 통원 차량 연료 구입비 명목으로 34만원을 지출했다. 통원 차량은 경유를 사용하는 데 휘발유를 주유한 것으로 결재돼 있었다. 감사결과 유치원 관계자 개인 소유의 차량에 주유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교육청 지난해 하반기 사립유치원 특정감사 #우선 적발된 12곳 특정감사 결과 홈페이지 공개

이 유치원은 2015년 8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유치원 관련 공사를 하는 것처럼 꾸민 뒤 실제로는 유치원 관계자의 개인 소유 주택 공사비를 충당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기간 집행된 총 공사비는 6200여만원이었다.

창원의 또 다른 유치원은 2014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유치원 회계에서 58차례에 걸쳐 1억8500만원을 우유 납품업체로 지출했다 돌려받는 수법을 동원, 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게 드러났다. 이 유치원에서는 우윳값의 경우 학부모가 업체 계좌로 직접 입금을 해야 하지만 유치원에서 우유를 구매한 것처럼 지출 서류를 허위로 작성,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유치원도 교육·운영에 직접 필요한 경비가 아닌 개인 명의 휴대전화 요금(47차례 590만원), 임의단체 회비(4차례 290만원), 기부금·연수비(8차례 430만원) 등을 유치원회계에서 지출했다가 적발됐다. 2016∼2018학년도 원비 인상 현황을 교육청에 허위 보고해 학급운영비 1억2000여만원을 부당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의 한 유치원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을 내면서 같은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있는 어린이집 공공요금도 유치원 회계에서 납부했다가 적발됐다. 2017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28회에 걸쳐 이런 식으로 부적정하게 집행된 예산은 374만5000여원이었다. 이 유치원은 2014년 10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70회에 걸쳐 스타벅스 커피 구입 등 유치원 운영과 직접적 관련 없는 비용을 유치원 회계에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도교육청. [중앙포토]

경남도교육청. [중앙포토]

김해의 또 다른 유치원은 2016년 4월 이후 총 38회에 걸쳐 개인 식사 비용 174만8000여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집행하다 적발됐다. 이 유치원도 2015년 3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총 62회에 걸쳐 294만7000여원을 업무용 차량 유류비 명목으로 올린 뒤 실제로는 유치원 관계자 개인 소유 차량 주유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에 대해서는 시정 조치와 함께 사안의 경중을 따져 관계자에 대한 해임·정직 등 중징계를 요구하거나 경고 처분했다”며 “사립유치원 재무·회계의 건전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사립유치원 77곳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한 데 이어 올해도 90여곳을 대상으로 감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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