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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도 없이 기소” 강효상 반발에 검찰 “불렀는데 안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한미정상 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강효상(58) 자유한국당 의원과 전직 외교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강 의원은 “조사도 없이 기소했다”며 반발했고, 검찰은 “불렀는데 강 의원이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맞섰다.

강 의원은 1일 ‘야당 의원 기소한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 개탄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2019년 마지막 날 저녁 땡처리하듯 기소하면서 저에 대한 직접 조사는커녕 아무런 사전 통보나 기별도 없었다”고 밝혔다. 전날 검찰이 자신을 외교상 기밀탐지‧수집‧누설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정진용)는 강 의원이 지난 5월 9일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외교관 A씨로부터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듣고 이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고 페이스북에 게재한 건 기밀 누설이라고 판단했다. 외교상 기밀을 누설하거나 누설할 목적으로 외교상 기밀을 수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강 의원은 “현역 의원을 단 한 차례 조사도 없이 기소한 건 인권침해는 물론 의회의 기능을 훼손하는 처사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며 유감을 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를 하지 않은 건 맞다”면서도 “몇 차례나 불렀지만 강 의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사안으로 그를 구속할 수는 없지 않나. 다른 증거들이 워낙 완벽했기 때문에 기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경원 전 한국당 원내대표는 5월 29일 “강 의원 고발 건을 야당에 대한 재갈 물리기와 정치탄압으로 본다”며 “검찰이 강 의원을 부른다고 해도 한국당으로서는 내어줄 수 없다고 의총에서 결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강 의원은 기소 날짜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안도 아니다”며 “조국을 불구속기소 한 날 검찰이 여당 인사만 수사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야당 의원인 저를 끼워 넣어 기계적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측은 “강 의원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강 의원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일(5월 25~28일)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고 하자 문 대통령이 재차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한국민들이 원하고 대북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굴욕 외교’ 논란으로까지 비화하자 청와대와 외교부는 합동 감찰에 나섰고 강 의원의 고교 후배인 A씨가 통화 내용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파면 처분을 받았다.

강 의원과 통화한 A씨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한미 정상 통화의 일부 표현을 알려줬지만 의도를 지니거나 적극적으로 비밀을 누설한 바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변호인은 기소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방문 이후 방한하는 건 국회에서 논의한 바 있어 이미 공개된 정보”라며 비밀 누설이 아니라는 점을 재판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의원 역시 “처음엔 사실무근이라던 청와대는 돌연 입장을 바꿔 ‘유출이 문제’라며 십자포화 공격을 퍼부었다”며 “진실을 밝힌 것이 나쁜 것인가. 제게 적용된 혐의가 이유 없음을 재판에서 당당히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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