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루마니아 환자 수술중 알콜 소독약에 불붙어 숨져”

중앙일보

입력

루마니아에서 암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의 몸에 의료진 과실로 불이 붙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영국 BBC와 가디언이 3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발화성 소독약 사용후 전기 메스로 집도 #몸의 40% 화상 입어 일주일 만에 사망 #외신, "루마니아의 후진적 의료체계가 원인"

지난 22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있는 응급 의료시설 플로레아스카 병원 의료진은 췌장암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오른 66세 여성의 몸에 알코올 성분 소독약을 발랐다. 이후 전기 메스를 사용해 수술을 집도했다. 그런데 발화성 소독약과 전기 메스가 반응하면서 여성 환자의 몸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환자는 전체 몸의 40%가량의 화상을 입었다. 이 환자는 병원에서 일주일 만에 숨졌다. 현지 경찰은 “마치 사람 몸이 ‘횃불’처럼 인화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난 29일 루마니아 경찰은 이 여성의 죽음에 관한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루마니아 보건당국도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빅토르 코스타치 루마니아 보건장관은 “이 문제적인 사건을 통해 우리가 뭔가 배우길 바란다”면서 “나와 우리 보건부서는 진실을 알기 위해 무엇이든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루마니아에선 나이트클럽 폭발 사고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루마니아의 후진적인 의료체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빅토르 폰타 루마니아 당시 총리가 물러나기도 했다. [부쿠레슈티=AP 연합뉴스]

2015년 루마니아에선 나이트클럽 폭발 사고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루마니아의 후진적인 의료체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빅토르 폰타 루마니아 당시 총리가 물러나기도 했다. [부쿠레슈티=AP 연합뉴스]

호라티우 몰도반 루마니아 보건차관은 “의료진은 전기 메스를 사용해 수술할 때 알코올 소독약을 써선 안 된다는 사실을 숙지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피해 환자의 가족들은 “병원 측으로부터 그냥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그저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루마니아 현지 언론이 전했다.

외신들은 이 사고의 원인이 루마니아의 후진적 의료체계에 있다고 전했다. BBC는 루마니아가 유럽연합(EU) 국가 중 인구수나 GDP 대비 가장 적은 보건복지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루마니아의 아동 사망률은 유럽 국가 중 가장 높다. 유럽 국가들의 보건 의료 서비스를 지수화한 2018년 유럽 보건소비자지수(EHCI) 자료에 따르면 루마니아는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2015년 나이트클럽 화재로 64명이 숨졌을 당시 루마니아 당국에서 화상 환자들이 해외로 나가 치료받는 걸 막으면서 상당수 환자가 루마니아의 열악한 병원에서 숨졌다는 사실도 전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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