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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대형마트 종이박스만 남고 테이프·끈 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종이박스로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종이박스로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 [뉴시스]

새해부터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종이박스만 남고 포장용 테이프와 플라스틱 끈이 사라진다.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내년 1월 1일부터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플라스틱 끈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대형마트 업체들은 매장마다 이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당초 대형마트 3사는 지난 8월 환경부와 자율협약을 맺고 매장 안에서 자율 포장대와 종이박스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포장 테이프와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한다는 취지에서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포장용 테이프와 끈 제공을 중단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정연 기자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포장용 테이프와 끈 제공을 중단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정연 기자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에서 연간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 등은 658t에 이른다. 상암구장(9126㎡) 857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이박스도 제대로 분리 배출되는 경우에는 재활용이 잘 되나, 과도한 포장용 테이프 사용 등은 종이박스 재활용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폐지로 버릴 박스를 다시 쓰는 게 뭐가 문제냐""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종이박스 제한 정책을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와 대형마트는 협의를 통해 종이박스는 남기고 테이프와 끈만 없애기로 방침을 바꿨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환경부가 자율포장대의 종이박스를 없애겠다는 정책으로 가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을 야기했고, 테이프 남용을 막아보겠다는 본래 취지는 퇴색됐다”며 “종이박스를 한 번 더 쓰는 걸 막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스 딱지처럼 접어 쓰거나 장바구니 챙겨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종이박스로 물건을 포장하는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종이박스로 물건을 포장하는 모습. [뉴스1]

이에 따라 새해부터는 장을 볼 때 자율포장대에서 종이박스만 쓸 수 있다. 테이프나 끈을 사용하려면 집에서 직접 가져와야 한다.

테이프를 쓰지 않고 종이박스를 딱지처럼 접어서 담아갈 수 있지만, 무거운 물건을 넣었다가는 자칫 박스가 터져 제품이 파손될 수 있다.

돈을 내고 마트에서 종량제 봉투를 사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 역시 비닐 재질이라 무거운 물건을 많이 담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집에서 장바구니를 직접 가져오거나 대형마트에서 대여 또는 판매하는 대용량 부직포 장바구니를 사용할 수 있다. 이마트는 종이박스 대체품으로 56ℓ 크기의 대용량 장바구니를 3000원에 대여해준다. 롯데마트의 경우 대용량 장바구니를 3000원에 판매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자율포장대가 유지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종이박스를 쓰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테이프 없이 물건을 담았다가 제품이 손상되는 등 민원이 제기될 수 있어 초기에 운영되는 걸 보고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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