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의 눈물…“20대 국회처럼 일 안하는 국회 다신 없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26일 신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회장은 ’투자는 기회의 산물“이라며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면 민간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대한상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26일 신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회장은 ’투자는 기회의 산물“이라며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면 민간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대한상의]

“20대 국회 같은 국회는 다시는 반복 안 되면 좋겠어요.” 박용만(64)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6일 신년 인터뷰에서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통계가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0% 수준이다. 18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44%, 19대 국회는 41%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가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 같다”는 지난 9월 전국 상의회의 발언 이후 강도는 더 세졌다.

‘규제 해결사’ 신년 인터뷰서 분통 #“국회 규제 개선에 전혀 협조 안해 #젊은 기업인들 제도없어 망하는데 #정치인은 포럼 와서 사진만 찍어 #타다 논란 정상 아냐, 정부 나서야”

박 회장의 2019년은 국회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올해 15차례 이상 국회를 찾은 그는 “젊은 기업인을 옥죄는 규제를 없애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10월 국회에선 온라인 투자연계법(일명 P2P법)이 통과됐다. 박 회장은 “모 당대표한테 (법안) 소위 열어서 의논 좀 하게 해달라고 밤 10시에 전화해 사정하다가 ‘(젊은이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럽니다’라고 하는데 말을 못 잇겠더라”고 회상했다. 인터뷰 중 감정이 격해진 듯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도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과감히 규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법과 제도의 틀이 낡았다. 좀 더 개방적이고 사전 면허가 아니라 개방해서 (기업이) 일을 벌이게 해주고 사후에 정부가 챙겨나가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 근데 국회가 전혀 협조를 안 한다. 그러니 공직에 계신 분들이 바꿔줄 수 있나. 정부가 좀 (움직이면) 국회가 불러서 혼내는데 누가 하려고 할까.”
‘규제 해결사’로 나선 이유는.
“봄 무렵에 벤처(기업)하는 친구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충격을 받았다. 국내 문제로 입법 미비, 소극적 행정, 기득권의 충돌, 융복합사업에 대한 몰이해, 딱 이 네 가지로 압축이 됐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때문에 젊은이들이 고생하니 ‘결자해지를 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섰다. 진짜 미안해서 일을 시작했다.”
정치권에 목소리를 높인 이유가 있나.
“젊은 기업인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도) 관련 제도가 없어서 망하는데. 정치인들은 젊은 기업인 육성하고 도와주는 관련 포럼이나 결의 대회, 세미나 같은 데 참석해서 앞줄에 나와서 사진을 찍는다. 이게 (그냥 지나칠)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너무나 현실이 처절하다.”
20대 국회 입법 성과 평가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대 국회 입법 성과 평가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타다 논란은 어떻게 보나.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다른 나라에서는 우버니 그랩이니 다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법의 루프홀(loophole·구멍)을 이용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왜 왔느냐고 묻고 싶다. 정상은 아니다. 국민 편익을 우선순위 1번으로 놓고 봐야한다. 그렇다고 (여객운수)법은 법 취지를 살리도록 법을 바꾸는 것 자체에 반대하진 않는다.”
최근 위워크의 기업공개 실패 등으로 공유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공유경제를 해본 나라는 그걸 통해서 레슨(교훈)을 얻었다. 우리는 그걸 하나도 경험해보지 못하고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서만 배우고 있다. 심각하다. 경험조차 못 해보고 남이 해본 얘기를 듣고 판단하는 건 눈 가리고 미래를 보는 거랑 같다.”
올해 한·일 경제분쟁이 심했다.
“한국과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는 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쪽 회장님이 신일철주금 명예회장인데 정치 얘기를 가지고 오시려고 해서 ‘경제는 경제고 정치는 정치다’고 했다. 경제인들이 정치 이슈를 왜 다뤄야 하나. 일본은 1965년 협정에 따라 보상을 했으니까 더는 얘기하지 말라고 하지만 개인의 슬픔과 고통의 역사가 거래로 지워지겠나.”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