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같은 국회는 다시는 반복 안 되면 좋겠어요.” 박용만(64)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6일 신년 인터뷰에서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통계가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0% 수준이다. 18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44%, 19대 국회는 41%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가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 같다”는 지난 9월 전국 상의회의 발언 이후 강도는 더 세졌다.
‘규제 해결사’ 신년 인터뷰서 분통 #“국회 규제 개선에 전혀 협조 안해 #젊은 기업인들 제도없어 망하는데 #정치인은 포럼 와서 사진만 찍어 #타다 논란 정상 아냐, 정부 나서야”
박 회장의 2019년은 국회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올해 15차례 이상 국회를 찾은 그는 “젊은 기업인을 옥죄는 규제를 없애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10월 국회에선 온라인 투자연계법(일명 P2P법)이 통과됐다. 박 회장은 “모 당대표한테 (법안) 소위 열어서 의논 좀 하게 해달라고 밤 10시에 전화해 사정하다가 ‘(젊은이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럽니다’라고 하는데 말을 못 잇겠더라”고 회상했다. 인터뷰 중 감정이 격해진 듯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문재인 대통령도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과감히 규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법과 제도의 틀이 낡았다. 좀 더 개방적이고 사전 면허가 아니라 개방해서 (기업이) 일을 벌이게 해주고 사후에 정부가 챙겨나가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 근데 국회가 전혀 협조를 안 한다. 그러니 공직에 계신 분들이 바꿔줄 수 있나. 정부가 좀 (움직이면) 국회가 불러서 혼내는데 누가 하려고 할까.”
- ‘규제 해결사’로 나선 이유는.
- “봄 무렵에 벤처(기업)하는 친구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충격을 받았다. 국내 문제로 입법 미비, 소극적 행정, 기득권의 충돌, 융복합사업에 대한 몰이해, 딱 이 네 가지로 압축이 됐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때문에 젊은이들이 고생하니 ‘결자해지를 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섰다. 진짜 미안해서 일을 시작했다.”
- 정치권에 목소리를 높인 이유가 있나.
- “젊은 기업인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도) 관련 제도가 없어서 망하는데. 정치인들은 젊은 기업인 육성하고 도와주는 관련 포럼이나 결의 대회, 세미나 같은 데 참석해서 앞줄에 나와서 사진을 찍는다. 이게 (그냥 지나칠)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너무나 현실이 처절하다.”
- 타다 논란은 어떻게 보나.
-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다른 나라에서는 우버니 그랩이니 다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법의 루프홀(loophole·구멍)을 이용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왜 왔느냐고 묻고 싶다. 정상은 아니다. 국민 편익을 우선순위 1번으로 놓고 봐야한다. 그렇다고 (여객운수)법은 법 취지를 살리도록 법을 바꾸는 것 자체에 반대하진 않는다.”
- 최근 위워크의 기업공개 실패 등으로 공유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 “공유경제를 해본 나라는 그걸 통해서 레슨(교훈)을 얻었다. 우리는 그걸 하나도 경험해보지 못하고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서만 배우고 있다. 심각하다. 경험조차 못 해보고 남이 해본 얘기를 듣고 판단하는 건 눈 가리고 미래를 보는 거랑 같다.”
- 올해 한·일 경제분쟁이 심했다.
- “한국과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는 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쪽 회장님이 신일철주금 명예회장인데 정치 얘기를 가지고 오시려고 해서 ‘경제는 경제고 정치는 정치다’고 했다. 경제인들이 정치 이슈를 왜 다뤄야 하나. 일본은 1965년 협정에 따라 보상을 했으니까 더는 얘기하지 말라고 하지만 개인의 슬픔과 고통의 역사가 거래로 지워지겠나.”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