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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외교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 회복 노력 지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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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호 05면

27일 헌법재판소는 2015년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부산 출신으로 16세 때인 1942년 중국 옌지(延吉)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이옥선(92)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의 흉상 가운데 서 있다. [뉴스1]

27일 헌법재판소는 2015년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부산 출신으로 16세 때인 1942년 중국 옌지(延吉)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이옥선(92)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의 흉상 가운데 서 있다. [뉴스1]

외교부는 27일 헌법재판소가 위안부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에 각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15년 한·일 합의 헌소 각하 결정 #또 다른 한·일 갈등 불거질까 우려 #헌재에 “심리 대상 아냐” 의견서 #박근혜 정부 ‘불가역적 해결’ 논란 #강경화 “진정한 해결 될 수 없어” #화해재단 해산, 일 출연금 반환 준비

헌재는 이날 강일출 할머니 등 피해자 29명과 유족 12명이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했다”며 2016년 외교부 장관(정부 대표)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심리의 대상이 되지 않아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헌재는 “위안부 합의는 절차와 형식, 실질에 있어서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한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 권한이 소멸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앞서 지난해 6월 헌재에 “정부 간 합의 사항인 위안부 합의는 위헌 심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헌재도 이 같은 정부 의견과 입장을 같이한 것이다. 외교부는 헌재가 이날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위헌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또 한 번의 커다란 외교적 파장이 예상됐던 만큼 만일의 결과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와 관련, 서울고법은 지난 26일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위안부 합의로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정부가 겸허히 인정한다”는 취지의 정부 차원 입장 표명을 피해자들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강제 조정했다. 이번 조정은 피해자들의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한·일 양국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 형식으로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이 군의 관여하에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정부 차원의 책임 통감’과 ‘아베 총리 차원의 사죄와 반성 표명’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을 명시해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도 논란을 불렀다. 이에 정부는 2017년 7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위안부 합의 재검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합의 과정 전반을 재검토했다. 그 결과 그해 12월 27일 “위안부 문제 협상 과정에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과 소녀상 문제 등에 대해 한·일 정부 간 비공개 합의가 있었고 피해자 중심 접근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 측 요구를 과도하게 수용했다는 취지였다.

강 장관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1월 “2015년 합의는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2015년 합의가 양국 간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는 만큼 일본 정부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위안부 합의에 의해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하고,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잔금 약 6억엔) 반환에 대비해 여성가족부 예산(예비비)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헌재는 이날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부작위(不作爲·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소송에 대해서도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정부는 사할린 한인들의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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