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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압박에 ‘대만 vs 중국’ 구도…주권 외치는 차이잉원 재선 보인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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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호 08면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차이잉원

차이잉원

내년 1월 11일 실시되는 대만 대선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승리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군사 위협·홍콩 사태 ‘반중국’ 키워 #내달 11일 선거, 32%P차로 1위 #미·중 무역전쟁 반사이익도 한몫

27일 대만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은 46.8%로 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14.4%)을 크게 앞섰다. 대만 안팎에선 큰 이변이 없는 한 차이잉원의 대선 승리를 당연시하고 있다. 불과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에 대패했을 당시만 해도 차이잉원의 재선을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가 당 대표 자리인 주석에서 물러날 만큼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불과 1년 만에 대만 정치판이 급반전한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비롯해 중국의 대만 압박에 대한 반발, 야당인 국민당의 분열, 대만 경제 활성화 등이다.

지난 6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추진을 계기로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는 차이잉원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이다. 홍콩 시민들은 격렬한 시위를 통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의 모순을 비판하며 베이징 정부에 개혁을 강력히 요구했고, 이를 지켜본 대만인들도 양안 관계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결국 대만 내에서는 중국 정부가 홍콩과 마카오에 이어 대만에까지 적용하려는 일국양제에 대한 회의론이 퍼졌고, 이와 궤를 같이하는 차이잉원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실제로 홍콩 시위 시작 때부터 지지 의사를 밝혔던 차이잉원의 지지율은 지난달 말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 직후 50%를 돌파하기도 했다.

AP통신 등은 “여전히 진행 중인 홍콩 사태의 향방이 앞으로 대만과 중국과의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홍콩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대만에서의 반중국·탈중국 정서는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강경책도 차이잉원에겐 호재였다. 시 주석은 올해 초부터 탈중국과 독립 노선을 추구하는 민진당이 이끄는 대만 정부를 군사·외교·경제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지난 1월엔 “대만을 무력 통일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국양제식 통일 방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하며 군사적 위협 수위를 크게 높였다. 중국 정부도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대만과 중국 본토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에 진입시키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지난 26일에도 중국은 두 번째 항공모함인 산둥함을 이 해역에 보냈다.

외교적으로는 대만과 국교를 수립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단교를 압박했다. 이에 대만과의 수교국은 15개국으로 줄었다. 지난 8월부터는 대만에 대한 본토인의 자유 여행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에 따른 손실액은 1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대만 대선의 대결 구도는 ‘민진당 대 국민당’이 아닌 ‘대만 대 중국’이 됐다”며 “이런 구도는 ‘주권 수호’를 외치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대선을 앞둔 국민당의 분열도 차이잉원의 재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궈위 시장과 당내 대선후보 경합을 벌였던 궈타이밍(郭台銘) 홍하이정밀공업 회장이 경선 패배 후 탈당하는 등 국민당은 결집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만 경제의 호황도 차이잉원의 재선 가도에 탄력을 붙였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으로 대만의 경제 상황이 크게 좋아졌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2.91%로 아시아 네 마리 용 가운데 가장 높았다. 주가지수도 1년 새 20%나 뛰었다.

차이잉원 총통이 예상대로 재선이 성공할 경우 대만 정부의 반중·독립 노선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양안 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는 의미다. 대만에 대한 시 주석의 강경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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