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아시아 쿼터, 약 될까 독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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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기자분들은 아시아 쿼터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근 배구연맹 이사회 논의 시작 #몸값 낮추고 전력 평준화 가능해 #국내 경쟁력 약화 문제점 지적도

프로배구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34)가22일 정규리그 한국전력 전 직후 인터뷰에서 취재진을 향해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아시아 쿼터는 한국배구연맹(KOVO)이 최근 논의 중인 문제다. 19일 남녀 구단 단장이 참석하는 KOVO 이사회는 기존 외국인 선수와 별도로 아시아 쿼터를 추가하는 문제를 다뤘다. 남자는 대체로 긍정적이었고, 여자는 찬반이 3대3으로 갈렸다.

아시아 쿼터를 처음 꺼낸 건 여자부 쪽이다. 일본·중국·태국·필리핀·카자흐스탄 등에서 선수를 영입하자는 거였다. 리그의 수준 향상과 해당 국가에 대한 중계권 판매 등이 이유였다. 처음 나온 건 3~4년 전이다. 남자부는 지난해부터 나왔다. 전력 평준화와 국내 선수 몸값 현실화가 배경이다. 현재의 샐러리캡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총연봉만 제한할 뿐, 보너스 같은 옵션은 무제한이라서다.

최근 세 시즌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은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두 팀 잔치였다. 드래프트에 월척급 신인은 안 보이고, 대어급 자유계약선수(FA)는 두 구단에만 쏠리는 게 현실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에 출전하는 한국 배구대표팀 14명 중 7명이 두 구단 소속이다. 군 복무 중인 2명을 합치면 9명이다. A구단 사무국장은 “외국인 선수가 1명 더 늘면 전력 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쿼터가 생겨도 구단 부담은 거의 늘지 않는다. 제시된 방안이 연봉 상한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에 자유 선발제다. 선수 풀도 넉넉하다. 일본·중국·이란·호주는 물론, 카타르·파키스탄·인도 대표팀에도 수준급 선수가 꽤 된다. A구단 국장은 “일본도 세미프로라서 팀당 1~3명 빼고는 일반 직원이다. 연봉도 4000만원 안팎이다. 중국은 더 낮다. 그에 비해 한국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포지션도 라이트 쏠림이 심한 현재 외국인 선수와 달리 세터·센터·레프트 등 다양하다.

아마추어 지도자와 선수 등 배구인들 반응은 차갑다. 주전 7명 중 2명을 외국인으로 채우면 한국 배구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고 주장한다. 연봉 1위 한선수(6억5000만원) 등 정상급 선수는 영향이 거의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국내 선수의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경민 해설위원은 “외국인 선수가 온 뒤 라이트 하려는 선수가 없다. 아시아 쿼터가 도입되면 그렇지 않아도 좁은 프로행 관문이 더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소년 육성에 힘쓰는 KOVO도 달갑지 않지만, 회원사 입장을 거스를 수 없어 눈치만 본다.

외국인 선수 확대보다 2군 리그 도입이 먼저라는 지적도 있다. 야구·축구·농구와 달리 배구는 2군 리그가 없다. 2군 리그가 생겨야 실전을 통한 기량 증가와 안정적인 선수 공급이 가능하다. 공급이 늘면 선수 몸값도 안정될 거라고 주장한다. 하경민 위원은 “야구의 육성 선수처럼 2군 리그를 위해 엔트리를 늘리는 건 구단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팀이 적으면 실업팀을 참여시킬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C구단 사무국장은 “KOVO가 아직 한 번도 2군 리그의 구체적 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돈 쓰는 구단으로선 아시아 쿼터가 2군 리그보다 와 닿는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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