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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300만 명 늘었다, 베트남에 푹 빠진 한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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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여행레저 키워드① 베트남 전성시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베트남 호이안 거리. 한국인이 많이 찾는 다낭에서 가깝다. 최승표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베트남 호이안 거리. 한국인이 많이 찾는 다낭에서 가깝다. 최승표 기자

2019년 해외여행의 키워드는 단연 두 나라로 압축된다. 베트남과 일본. 조금 더 설명하면 베트남의 비약과 일본의 추락. 먼저 베트남을 들여다본다. 베트남의 인기가 왜 별안간 치솟았는지 살폈다.

다낭 외국인의 57%는 한국인  

4년 전만 해도 ‘동남아 여행’ 하면 태국과 필리핀이 쌍두마차였다. 두 나라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해마다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두 나라가 주도했던 동남아 여행 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건 2015년이다. 2015년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이 처음 100만 명을 넘겼다. 이후 베트남의 한국인 시장은 폭증했다. 2017년 241만 명, 2018년 343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연말까지 400만 명 돌파가 유력하다. 최근 3년간 매해 100만 명씩 방문자가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태국과 필리핀은 100만 명대에 머물렀다.

베트남의 인기를 견인한 도시는 중부의 해변도시 다낭이다. 다낭은 흔히 상상하는 동남아의 휴양지가 아니다. 바다를 끼고 있다지만, 태국 푸껫이나 필리핀 세부처럼 옥빛 바다를 거느린 것은 아니다. 겨울에는 바닷물이 차가워 들어가 놀 수도 없다. 그런데도 다낭의 인기는 동남아의 모든 휴양지를 압도한다.

다낭의 바다는 태국 푸껫이나 몰디브처럼 맑지 않다. 그러나 해변에 자리한 '가성비' 좋은 리조트가 단점을 상쇄한다. [중앙포토]

다낭의 바다는 태국 푸껫이나 몰디브처럼 맑지 않다. 그러나 해변에 자리한 '가성비' 좋은 리조트가 단점을 상쇄한다. [중앙포토]

“3대가 함께 묵을 수 있는 풀 빌라가 많더라고요. 다른 동남아 휴양지보다 저렴한데도 호텔이 좋고, 무료 마사지 같은 서비스도 좋아서 또 찾을 것 같아요.”

최근 베트남 다낭을 다녀온 워킹맘 이유리(36)씨의 소감이다. 다낭을 다녀온 한국인이 제일 먼저 꼽는 매력이 이처럼 화려하고 편하고 값싼 숙소다. 여기엔 사연이 숨어 있다. 다낭은 원래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해병사령부가 주둔했던 도시다. 하여 베트남 정부의 관광 개발에서 밀려났다. 2000년대 들어서야 다낭의 가치를 발견한 정부가 투자를 적극 유치했고, 전 세계 호텔 그룹이 앞다퉈 다낭에 진출했다. 그 결과 2011년 260개에 불과했던 다낭의 호텔은 2018년 729개로 급증했다. 현재 다낭에는 럭셔리 체인 호텔이 아니어도 마사지·요가 무료 프로그램 등 색다른 서비스를 내세우는 숙소가 수두룩하다.

 베트남 다낭에서 필수 여행 코스로 꼽히는 바나 힐 골든 브릿지. [사진 pixabay]

베트남 다낭에서 필수 여행 코스로 꼽히는 바나 힐 골든 브릿지. [사진 pixabay]

나트랑·푸꾸옥, 제2의 다낭 되나

다낭의 인기가 치솟자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도 폭증했다. 지난 24일 다낭 국제공항에 착륙한 국제선 비행기 70대 중 36대가 한국 출발 비행기였다. 한국에서 다낭으로 날아간 비행기가 홍콩(26편), 도쿄(나리타 공항 기준, 28편)보다 많았다. 베트남관광청에 따르면 다낭을 방문한 외국인 중 한국인의 비율이 57%에 이른다.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베트남 남부에 자리한 섬, 푸꾸옥. 최근 한국인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 제주항공]

베트남 남부에 자리한 섬, 푸꾸옥. 최근 한국인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 제주항공]

새로 뜨는 휴양지도 여럿이다. 지난 3분기 냐짱(나트랑)은 한국인 방문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푸꾸옥은 4배 늘었다. 냐짱·푸꾸옥 모두 해변 휴양지다. 올겨울에 이름도 낯선 도시 퀴논, 껀터로 가는 직항편이 생기면 한국 베트남 직항 노선이 9개로 늘어난다. 한국을 출발한 비행기가 베트남 9개 도시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에서 출발하는 베트남행 항공은 하루 약 90편에 이른다.

베트남의 남북 길이는 자그마치 1600㎞에 이른다. 지역마다 색다른 자연환경, 문화가 있으니 여행자 입장에서는 계속 ‘새로운 베트남’을 만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이를테면 북부의 사파에는 해발 3400m가 넘는 산이 있고, 남부의 무이네는 사막과 바다가 만나는 절경을 자랑한다.

베트남 바람은 운도 따랐다. 올 하반기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노선을 정리한 국내 항공사가 많은 비행기를 베트남 노선으로 돌렸다. 이스타항공 이창길 대외홍보팀장은 “현지 공항 여건, 여행객의 선호 등을 따졌을 때 현재 베트남을 대체할 곳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니 항공료도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베트남 왕복 항공료가 20만원대에 나오기도 했다.

급기야 베트남 정부는 6월 관광청 대표부를 서울에 열었다. 세계 최초의 베트남 관광청 해외 사무소다. 리쓰엉칸(이창근) 관광청 한국 대표는 “동남아에서도 한국과 문화 동질성이 가장 크고 역사적 인연이 가장 깊은 나라가 베트남”이라고 강조했다. 하나투어 조일상 홍보팀장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안전하고 건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 북부 고산지대인 사파. 계단식 논이 가없이 펼쳐진 풍광이 압도적이다. 최승표 기자

베트남 북부 고산지대인 사파. 계단식 논이 가없이 펼쳐진 풍광이 압도적이다. 최승표 기자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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