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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편파적 문희상에 분노…직권남용 형사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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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역사의 죄인” “권력의 시녀” “좌파 충견 노릇” “날강도”….

의장실 “천벌받는단 말에 충격” #여당 “인신공격 중단하라” 엄호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들은 말이다. 의장 권위는 물론 인격조차 지키기 힘들어졌다. 한국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23일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해서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 의장에 대한 네 가지 대응을 발표했다. ▶직권남용·권리방해 혐의로 형사고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사퇴 촉구 결의안 제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이다. 심 원내대표는 “의장의 중립 의무를 강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탄핵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도 했다.

문 의장과 한국당의 관계가 험악해진 건 내년도 예산안 처리 때부터다. 문 의장이 ‘4+1 협의체’가 합의한 예산안을 넘기려 하자 한국당은 이때 “아들(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부위원장) 공천” “지역구 세습” 논란을 처음 공개로 제기했다. 문 의장은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 명분을 내세워 의사봉을 두드리자 “천벌 받을 의장”이라는 외침이 나왔다. 의장실 관계자는 “천벌이라는 말에 (문 의장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고 전했다.

선거법 개정안 상정은 문 의장과 한국당이 루비콘강을 건너게 만들었다. 문 의장은 23일 한 시간 넘게 의장실 문을 두드린 한국당 원내지도부를 피해 뒷문으로 나가 본회의를 개의,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총대를 멘 후유증은 컸다. 24일 종일 이어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서도 문 의장을 대놓고 비난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그를 “문희상씨”라고 지칭한 뒤 정면으로 쳐다보며 “정말로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의장이다. 나 같으면 쪽팔려서라도 자진해서 내려오겠다”고 했다.

야당이 문 의장을 비판하는 핵심은 국회법의 ‘자의적 해석’이다. ‘회기 결정의 건’에 필리버스터 적용이 가능한지를 두고 민주당 편을 대놓고 들었다는 거다.

민주당은 ‘문희상 엄호’ 기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의장을 향한 한국당의 치졸한 인신공격 중단을 촉구한다”면서 “그간 한국당 출신 의장들이 보여준 행태와 극명히 대비되는 합리적 의사진행”이라고 주장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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