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상한 역설…공시가 상승률의 20배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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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 대지 1759㎡에 2011년 지어진 지하 2층~지상 1층의 연면적 2862㎡ 철근콘크리트 주택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270억원으로 지난해(169억원)보다 60% 뛰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지난 18일 열람에 들어간 내년 예정 공시가격(277억1000만원)은 올해보다 불과 2.6%(7억1000만원) 오른다.

단독주택 공시가 6.8% 오르지만 #올해 상한제 묶여 못올린 보유세 #내년엔 ‘숨은 세금폭탄’ 될 수도 #한남동 23억 집 1100만→1565만원

주택 소유자에게 공시가격이 중요한 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미미하니 내년 보유세도 올해와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김종필 세무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주택 보유세(1주택 기준)는 올해 3억5800만원에서 내년 5억3280만원으로 50%가량 증가한다. 공시가격 상승률의 20배 정도다.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별로 오르지 않더라도 보유세는 급등할 전망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했지만 세금 증가를 억제한 세 부담 상한의 역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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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집값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덜 올랐다. 내년 공시가격 상승률도 급등 몸살을 앓은 올해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내년도 서울 표준단독주택의 상승률은 6.8%로 지난해(17.8%)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종필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표준단독주택 보유세 변화를 살펴봤다. 용산구 한남뉴타운 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21억6000만원에서 내년 22억9300만원으로 6.2% 오를 예정이다. 보유세는 1100만원에서 1565만원으로 40% 넘게 늘어난다.

공시가격과 보유세 상승률 격차가 큰 이유는 정부가 12·16 대책에서 내년 종부세율을 올리기로 했고 보유세 산정에 반영하는 공시가격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내년 1주택자 종부세 세율은 공시가격에 따라 최고 3%포인트 올라간다. 정부는 2022년까지 매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5%포인트씩 높이기로 했다. 내년엔 90%다.

무엇보다 올해 세 부담 상한 덕에 누린 보유세 감면 혜택이 거꾸로 내년 보유세 증가율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 부담 상한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동 장치다. 전년 대비 재산세 증가 한도가 최대 30%(공시가 6억 초과)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증가 한도는 1주택자 50%, 2주택자 100%(내년 200% 상향 예정),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200%다.

세 부담 상한에 함정이 있다. 그다음 해 보유세를 계산할 때 전년에 세 부담 상한에 따라 낸 세금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세금 증가율이 높아지게 된다.

위의 내년 공시가격 22억9300만원 주택을 보자. 올해 이 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16억8000만원)보다 28.6% 상승했다. 세 부담 상한이 없으면 올해 보유세가 지난해(750만원)보다 100% 가까이 늘어난 1420만원이었다. 세 부담 상한으로 실제로 낸 세금이 1100만원으로 300만원 감면 혜택을 봤다.

올해 세 부담 상한 적용을 받지 않았다면 내년 보유세 증가율이 1420만원에서 1565만원으로 10.5%에 그친다. 김종필 세무사는 “세 부담 상한 때문에 그해 세금이 줄어도 그다음 해에는 세금 증가율이 높아져 체감 세금 부담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세 부담 상한의 역풍은 종부세를 내지 않는 공시가격 9억 이하에도 해당한다. 김 세무사는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며 세율 적용 구간이 올라간 주택이 세 부담 상한 효과를 많이 봤다”며 “내년 공시가격이 거의 변화가 없어도 세금이 많이 늘게 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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