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安이 복귀 길 요청" vs 안철수 측 "본인 살길 찾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4일 안철수 전 대표가 “올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먼저 요청해 자신이 ‘전권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본인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安 측 “오래 전부터 만남 무리하게 시도”

손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전 대표 측에서 벌써 한 달 전쯤 저를 만나자고 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손 대표에 따르면 안 전 대표 측 인사는 손 대표에게 “안 전 대표가 돌아올 생각이 있다. 유승민 전 대표와는 같이할 생각이 없다. 안철수는 보수 안 한다. 바른미래당은 자기가 만든 국민의당의 후신이고 애정이 깊다. 손 대표께서 안철수가 올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전했다.

이에 손 대표는 “내가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겠다”고 했고, 이에 다시 안 전 대표 측 인사는 “그 얘기를 먼저 (공식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손 대표는 이에 “그건 안 된다. 유 전 대표가 안철수 만나러 우주까지 가겠다고 했는데, 구애 경쟁같이 그래서는 안 된다”며 “정 그렇다면 만나자. 내가 조용히 미국 가서 만날 수도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에서는 응답이 없었다는 것이 손 대표의 주장이다. 손 대표는 다시 “안철수 쪽 의원들이 나를 만나자고 해라. 그러면 내가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얘기하겠다”고 말해서 지난 15일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을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제 얘기는)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돌아오겠다. 그리고 나에게 역할을 달라’ 이렇게 얘기를 하면, 내가 ‘모든 것을 다해 최선을 다 해주겠다’는 얘기”라며 “그런데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양반들이 (먼저) 손학규 사퇴를 해라, 비대위 체제를 꾸려라. 이건 기본적인 도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안철수계 의원들이 내가) 당 대표를 그만둘 것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손학규를 내쫓고 당을 장악하겠다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제 총선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실제로는 한두 달밖에 안 남았다. 이 기간에 안 전 대표가 자기 뜻을 펴는 것이 중요하고, 지금 안 전 대표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안 전 대표 측은 즉각 반발했다. 손 대표가 안 전 대표의 복귀를 요청하는 것은 자신의 흔들리는 입지를 다잡기 위한 도구라는 지적이다.

안 전 대표 측의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손 대표는) 당권파에게 ‘유승민 대표가 탈당하면 물러나겠다’고 약속을 해, 본인의 정치생명 연장과 영향력 지속을 위한 시도가 필요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오래 전부터 손 대표 본인은 물론 여러 측근들을 통해 당을 맡아주면 물러나겠다며 안 전 대표와의 만남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때문에 무리한 시도와 요청이 있었는데, 안 전 대표가 현지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제를 부탁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의 구성원들은 당의 미래와 총선 승리를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당대표께서 본인의 정치 입지 때문에 진흙탕질을 시도하는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안 전 대표가 먼저 요청했다는 주장은, 우리당의 소중한 자산을 폄하하면서까지 본인의 살길을 찾고, 당 회생의 길마저 저버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안 전 대표의 복귀 일정에 여러 시나리오가 난무했지만, 그분들의 일방적 바람과 요청이었을 뿐”이라며 “안 전 대표는 변함없이 현장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