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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 CCTV 검토…아영이 아버지 “늦었지만 다행”

중앙일보

입력

부산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신생아인 아영이를 거꾸로 드는 등 아동학대 정황이 CCTV에 찍혔다. [연합뉴스]

부산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신생아인 아영이를 거꾸로 드는 등 아동학대 정황이 CCTV에 찍혔다. [연합뉴스]

“늦었지만 이제라도 신생아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검토한다니 다행입니다.”

신생아 두개골 골절 진상규명 국민청원 21만 동의 받아 #청와대 “재발방지 위해 CCTV 설치 검토” 답변 #아영이 아버지 “사고 이후 두달 째 병원 측 사과 못 받아”

간호사의 학대로 생후 닷새 만에 두개골 골절을 입은 아영이 아버지가 담담히 꺼낸 말이다. 아영이 아버지 A씨(43)가 지난 10월 올린 국민청원이 21만5000여명의 동의를 받자 지난 22일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았다. 박상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신생아실 내 CCTV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23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생아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어 학대를 당하더라도 부모가 알 수가 없다”며 “신생아 내부를 24시간 볼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해야 제2의 아영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CCTV 설치로 인한 의료기관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A씨는“수술실은 의료진의 인권침해와 방어 진료가 우려되지만, 신생아실은 다르다”며 “CCTV 설치는 약자인 신생아의 생명 보호와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15일 태어난 아영이는 닷새 뒤인 10월 20일 오후 11시쯤 무호흡 증세를 보여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아영이는 대학병원에서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아영이가 태어난 병원 측에서는 신생아의 골절은 구급차로 이송과정에서 흔들림으로 인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생아 부모는 구급차의 흔들림 정도로는 머리 골절상을 당하기 어렵다며, 낙상 등 의료사고를 주장했다.

A씨가 병원 측에 요청해 확보한 신생아실 CCTV 영상에는 간호사의 아동학대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간호사는 한 손으로 아영이의 배를 움켜쥐고 던지듯 바구니에 내려놓거나 부주의하게 옮기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간호사는 현재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아영이는 두 달 째 의식불명 상태로 자가호흡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A씨는“지난 19일에는 아영이가 갑자기 고열증세를 보였고, 의료진이 체온조절을 관장하는 뇌 기능이 손실됐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흐느꼈다.

그런데도 A씨는 해당 병원으로부터 단 한마디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A씨는“사고 이후 병원장이 먼저 연락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우리가 찾아가서 두 번 만났는데 병원장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보일 뿐”이라고 답답해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간호사와 병원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영이가 무호흡 증세를 보이기 직전인 10월 20일 오후 9시 30분~10시 30분 사이의 CCTV가 기계 오류로 녹화되지 않았다”며 “간호사의 학대로 아영이가 두개골 골절을 입게 됐다는 연관성을 증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간호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씨는“간호사가 죄를 시인하고, 우리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한다”며 “정부는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철저하게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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