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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위안부 해결하라"던 헌재, 27일 위안부합의 위헌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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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14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참가 초등학생 발언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뉴스1]

지난 11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14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참가 초등학생 발언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뉴스1]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가 합의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위헌 여부 결정이 27일 나온다. 위안부 합의가 타결된 지 4년여 만이다.

위안부 피해자 측 "정부, 참여권리 박탈했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7일 대심판정에서 강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결정한다고 23일 밝혔다.

8년 전 헌재 "위안부 대책 마련하라" 

이번 헌재의 판단은 지난 2011년 헌재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 노력을 하지 않는 것(부작위)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두 번째 결정이다.

외교부는 당시 헌재 결정 이후 일본 정부와 위안부 협의를 시작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4년만인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협약을 타결했다. 이 협약에 대해 헌재가 위헌 여부를 다시 판단하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지원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합의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다시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불공정 합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일본 정부가 합의문 발표 후 유엔 측에 '위안부 강제연행은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내는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외교적 보호권 침해당해" 

이에 강 할머니 등은 2016년 3월 "위안부 문제 합의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외교적으로 보호받을 권리, 재산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또한 합의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면서 "절차 참여권 및 알 권리도 침해당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다수의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피해자들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일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다수의 피해자 할머니로부터 합의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1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1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1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법조계와 외교부 내에선 헌재가 각하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하는 분위기다.

헌재는 이 사건을 4년 가까이 끌어왔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헌재는 당사자들의 헌법적 권리 침해 여부만 고려됐을 뿐 외교적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제징용 판결만큼 영향은 없을 듯  

이날 헌재 판단 결과는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위안부 재단을 해산하며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상황이라 2012년과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만큼의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헌재가 위헌, 또는 합헌 결정을 내릴지라도 정부 정책의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정부는 위헌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본 측에선 위헌 결정시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2012년과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원고(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 이후 한·일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 소멸 여부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며 현재까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월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이후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이 당시 지급했던 100억원에 대한 처리 절차를 고심하고 있다. 일본 측에선 100억원을 반환받을 경우 합의 파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기존 합의 결정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태인·박광수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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