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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가 '부러진 화살'이라고?…일본 국내 M&A 역대 최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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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 아베 신조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 효과가 희미해지면서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와 다르게 일본 경제가 여전히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내부 M&A 올해 역대 최다 2840건 기록 #국내 경쟁업체 인수에 연간 64조원 쏟아부어 #성장 사업에 집중, 수익 낮은 자회사는 팔아 #'문어발식 경영' 히타치 자회사 22개→3개로 #산업계 활기 불구, 아베노믹스 회의론 지속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일본 기업들이 올해 들어 체결한 자국 내 M&A 계약은 총 2840건으로 지난해 2814건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일본 기업은 국내 경쟁업체 인수에 6조엔(약 63조5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금액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들이닥치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대다.

일본 기업의 국내 M&A 시장은 지난해부터 활기를 띠었다. 대기업이 자회사 등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했고, 노년 창업자들이 후계자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A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FT는 “일본 대기업은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수익성 낮은 자회사는 팔고, 다른 기업 인수로 강점 있는 사업은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문어발식 경영’의 대표 주자였던 전자기기 제조업체 히타치는 적극적인 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 22개 달했던 자회사를 최근 3개까지 줄였다. 영상진단기기 사업은 헬스케어 사업 확대를 꾀하는 후지필름홀딩스에 매각했고, 화학 부문 자회사 히타치카세이를 경쟁사인 쇼와덴코에 팔기로 했다. 히타치 주가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전자기기 제조업체 도시바는 자금난 속 지난 6개월간 자회사 350여개 중 53개를 쳐내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일본 공장 자동화업체 옴론도 지난 4월 전기·전자업체일본전산에 차량 부품회사인 옴론 오토모티브를 매각했다. 핵심사업인 공장자동화와 헬스케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일본 M&A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금융권 관계자는 FT에 “일본 최고경영자(CEO)들은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성장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산업계가 활기를 보이는 것과 다르게 일각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장기집권을 거치며 아베노믹스가 추진력을 잃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통화·재정정책의 실탄이 한계에 달한 시점에서 아베노믹스의 핵심축을 이루던 엔화 약세마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신문은 17일  일본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대비 200%대를 넘어서면서 ‘태평양 전쟁 말기(1944년)수준’에 이르렀다며 ‘패전 직전 수준’이란 자극적인 표현까지 사용했다. 채무 비율은 중앙 정부 외에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합산하느냐 등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국제통화기금(IMF)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국가부채 비율은 237.5%이다. 전 세계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미국(106.7%)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달 요미우리신문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좋아졌다고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2%에 그쳤다. ‘실감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무려 71%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이라는 중요한 단계에 이른 현시점에서 아베노믹스의 견인력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소비세율 인상 등의 여파까지 더해져 마이너스권(-2.7%)이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측근이자 아베노믹스 설계자 중 한 명인 야마모토 고조 의원은 “일본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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