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명 영화 관람 중 화재…현장 있던 소방관 대처로 인명피해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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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인천 논현동 상가건물 내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인천공단소방서]

22일 인천 논현동 상가건물 내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인천공단소방서]

대형 영화관이 입점한 상가 건물 식당에서 불이나 관람객 등 10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나 마침 현장에 있던 소방관이 화재를 초기 진화하고 대피를 유도해 인명 피해를 막은 사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3일 인천 공단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2분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8층짜리 상가건물 내 5층 식당에서 불이 났다.

당시 시민 700명이 이 건물 6∼8층에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 중이었다. 음식점과 커피숍 등 상점 170여개도 영업 중이었다.

불이 난 식당에선 마침 미추홀소방서 신기119안전센터에서 근무 중인 김태경(48) 소방위가 아내와 함께 식사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식당에 연기가 퍼지자 놀란 김 소방위는 주방 천정에서 붉은 불꽃이 치솟는 장면을 목격했다.

김 소방위는 직원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한 뒤 곧바로 가게에 있던 소화기로 진화 작업에 나섰다. 건물 관계자인 김학민씨도 건물에 설치된 소화전을 이용해 진화에 동참했다.

김 소방위는 불길을 잡은 뒤 식당 손님들에게 "불이 났으니 지상으로 내려가라"고 외쳤다. 이어 건물 에스컬레이터로 달려가 다른 시민들도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 소방위뿐 아니라 영화관 직원들의 발 빠른 대처 역시 대형 인명 피해를 막았다.

해당 영화관은 평소 한 달에 한 차례 파트타임 근무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을 상대로 화재 대피 훈련을 해왔다.

화재 경보벨이 울리자 직원들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고 직원 10명은 상영관으로 달려가 관람객들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렸다.

직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700명이 넘는 관람객은 10여 분 만에 안전하게 지상으로 대피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공단소방서 대원들에 의해 불은 19분 만인 오후 4시 1분쯤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1000여 명이 건물 밖으로 긴급 대피했으나 대피하던 중 건물 계단에서 넘어진 시민 A(42)씨만 무릎을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 당시 영화가 상영 중이어서 관람객이 많았지만 신속히 대피해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화재를 초기 진화하고 대피를 유도한 김 소방위와 김씨, 영화관 직원 등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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