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파업 3일째…부산 협력업체 “공장 문 닫을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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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르노삼성차 노조가 6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들어가면서 내년 생산 물량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내년에 출시될 신차 XM3의 내수용 생산에 비상이 걸렸고, 수출용 물량 확보도 어려울 전망이다.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3월 이후에는 생산 절벽이 우려된다. 르노삼성 협력업체인 부산·경남 125개 업체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일 야근조 부분 파업 이어 23일 주간조도 부분 파업 #내년 출시될 신차 XM3 내수·수출용 생산 빨간불 #XM3 수출 물량 확보 실패시 생산 절벽 우려

르노삼성차 노조가 지난 20일 야간 근무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3일에도 부분 파업을 이어갈 전망이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기본급 인상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노조의 강성 방침에 반대하는 직원을 투입해 비상 가동에 나섰다. 사측 관계자는 “23일 오전 9시부터 주간 근무조가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 비상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부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을 모두 충당할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르노삼성에 미칠 타격은 크다. 당장 내년에 출시될 신차 XM3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내수용 생산은 물론 수출용 물량 계약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르노삼성 입장에서 내년 신차 위탁생산 물량 확보에 사활이 걸렸다.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위탁생산 물량이 고스란히 빠지면 르노삼성 공장가동률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이 지난 10월부터 부산 공장의 시간당 생산 대수를 기존 60대에서 45대로 줄인 것도 닛산 로그 생산량이 10만대에서 6만대로 줄었기 때문이다.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 계약은 내년 3월이면 끝난다. 르노삼성이 신차 XM3의 수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내년 3월 이후에는 생산 절벽이 우려된다. 사측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대로 기본급을 인상하면 르노그룹 스페인 공장보다 생산 단가가 더 비싸기 때문에 수출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며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면 재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가 지난 12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르노삼성자동차 사측 대응에 대한 비난과 노조 임단협 요구안의 당위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가 지난 12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르노삼성자동차 사측 대응에 대한 비난과 노조 임단협 요구안의 당위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르노삼성의 파업 장기화는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2019년 4/4분기 부산지역 제조업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자동차부품 업종은 주 매출처인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노사갈등과 부진 등으로 부품공급 감소가 우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국의 자국산 보호주의 강화와 글로벌 과당경쟁 등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부산지역에서 완성차 업체는 르노삼성차뿐이고 파업할 경우 부산·경남 일대 125개 협력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삼성차 협력업체는 전국적으로 224개에 이른다. 직원 100여명과 함께 자동차 도어 부품을 생산하는 나기원 대표(협력업체 협의회장)는 “지난번 장기간 파업으로 공장 가동률이 30% 이상 떨어졌었다”며 “또다시 파업이 장기화하면 이제 공장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르노삼성 사측은 900만원 일시금 지급과 변동급의 고정급 전환 등으로 통상임금 120% 인상하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협상을 중단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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