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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아베 15개월 만에 회담…‘문희상안’ 독될까 득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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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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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가의 관심은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에서 양측이 어느 정도의 진전을 이룰지에 쏠려 있다. 두 정상간 회담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때 이후 15개월 만이다.

한·일 정상 내일 징용·수출규제 담판 #일본 ‘기업+성금’ 문희상안 긍정적 #청와대선 “가해기업 꼭 배상” 확고 #학계 “대화 해결 합의만 해도 진전”

일본은 벌써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경제산업성이 20일 한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를 특정포괄허가 대상으로 변경하는 조치를 했다. 이런 수출규제 완화 조치엔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로 호응하면 좋겠다는 기대가 깔렸다. 한국이 끌려나오기를 바라며 던진 유인구인 셈이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정상회담 전 관계개선의 시그널을 던지겠다는 총리 관저의 의향이 반영돼 있다는 게 정설”이라며 “특히 징용 문제와 관련해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기억·화해·미래재단 법안’을 발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1+α’(한·일 기업과 국민 성금으로 재단을 만들어 징용 피해 보상)를 골자로 하는 문희상 안에 대해 일본은 ▶징용 판결 피고 기업들의 의무적 참여가 명시되지 않았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까지 포괄적·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청와대는 문희상 안에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 기자들과 만나 문희상 안에 대해 “일본의 가해 기업이 기금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러면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행이 무효가 될 수 있는 구조가 돼버린다”고 말했다.

징용과 수출규제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도 여전하다. 일본이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를 철회한 20일에도 청와대는 “일부 진전이지만 미흡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일본 정부의 자발적 조치”라며 징용 문제에서 한국의 양보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해 유인구에 함부로 배트를 내지 않겠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양국이 강대강으로 맞서며 바닥으로 치닫던 관계를 다시 대화 트랙으로 올려놓는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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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및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중단하며 성의를 보이고, 일본도 수출규제를 일부 완화한 뒤 두 정상이 만나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방향성에 공감한다면 그 자체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양 정상이 대화를 통해 현안들을 해결하자고만 합의해도 진전이고 ‘조속한 시일 내에’ 등의 문구가 들어가면 더 좋을 것”이라며 “하지만 문희상 안 등 여러 시도가 한·일 관계의 뇌관을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키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양국 정부 사이의 관계는 어렵지만, 인적 교류는 확실하게 해나가자’는 메시지를 함께 밝힐 것을 문 대통령에게 제안할 예정이라고 도쿄의 일본 정부 소식통이 중앙일보에 전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 에디터, 권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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