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로 올해 4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 도피 생활 끝에 체포, 수감됐던 줄리안 어산지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4월과 5월 모습을 드러낸 후 7개월 만이다.
[서소문사진관]
ABC뉴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이날 재판은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법원에서 스페인 법정과의 화상 재판형식으로 열렸다.
이날 재판은 스페인 사설 보안업체인 언더커버 글로벌이 2017년 6월부터 2018년 초까지 에콰도르 대사관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해 어산지를 감청했다는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산지와 그의 변호사들 사이의 대화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이 녹음파일은 에콰도르 정부 당국과 미국 요원들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공개된 법원 문서에는 언더커버 글로벌의 이런 감청이 '미국 정보 기관의 명령에 따라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기록됐다.
에콰도르 대사관서 발생한 불법 감청에 관해 미국 CIA 대변인과 에콰도르 외무부 대변인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언더커버 글로벌의 데이비드 모랄레스 회장 역시 자신의 회사가 어산지를 감청했는지 여부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했다. 모랄레스는 지난 7월 '엘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보는 기밀이며 에콰도르 정부의 것"이라며, "우리는 단지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모랄레스는 이 기간에 비싼 집과 자동차를 샀다고 한다.
한편 20일 어산지가 출석한 웨스트민스터 법정 밖에서는 어산지 지지자들이 현수막과 간판을 들고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호주에서도 어산지 석방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60여명의 현지 의사들이 영국 내부무 장관에게 탄원서를 보내 어산지가 영국의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된 지 몇 달 사이에 건강이 극도로 악화했다는 우려를 표했다. 어산지는 지난 5월 법원에 출두했을 때는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대는 것조차 힘들어 한 것이 보도됐다.
미국은 어산지를 방첩법 위반 등 18개의 혐의로 기소하고, 영국 측에 어산지의 송환을 요청한 상태이다.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이 되면 최고 175년 형을 받을 수 있다. 어산지는 지난 10월 미국으로의 송환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영국 법원이 이를 거부했다. 어산지에 대한 정식재판은 내년 2월에 열릴 예정이다.
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