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꼼수 난무, 이렇다보니 등장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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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1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의원들, 당원들이 국회 앞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1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의원들, 당원들이 국회 앞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치권에서 비례대표 의석 극대화 방안 중 하나로 ‘위성 정당’을 두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실제 통과될 경우에 대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다.

홍준표 “비례대표 자매정당 창당해 비례대표 석권” #민주당 “한국당 고려하면 우리도 가만 있지 못해”

위성 정당의 발상은 이렇다.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역구 후보는 기성 A 정당에 투표하도록 하고 A 정당과 뜻을 같이 하는 위성 정당 a를 별도로 두자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비례대표는 a 당에 투표하도록 해 지역구 의석은 A당에서, 비례대표는 a당에서 흡수해 의석수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지역구 250석과 비례대표 5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할 경우 정당 득표율 30%를 얻은 정당이 지역구에서 90석 이상을 얻으면 비례대표 의석은 배분받을 수 없다. 비례대표 의석은 300석의 30%인 90석 중 지역구 확보 의석(90석)을 뺀 나머지 의석수(0)의 50%가 배분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위성 정당을 만들어두고 유권자들이 여기에 지지율을 몰아주면 비례대표 배분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총합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해찬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인영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해찬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인영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에서도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위성 정당’ ‘자매 정당’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성일종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범여권이) 정파적 이익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우리는 위성 정당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위성 정당을 추진하게 되면 국민들에게 (혼란이 없도록) 발표를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갖고 있고 아직 법적 검토 등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지난 16일 “우리도 비례대표 자매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를 석권할 수 있는 비책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고 했다. 한국당에서는 위성 정당으로 가칭 ‘비례 한국당’이 거론되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논의되는 위성 정당과는 거리가 먼 ‘비례한국당’이란 명칭의 다른 정당이 중앙선관위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한국당의 대응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은 과거에도 일종의 가설 정당인 친박연대를 만들어 비례대표를 많이 얻었다”며 “가칭 비례 한국당의 정당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여당에게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도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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