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기현 고발자가 짓는 아파트 옆에…송병기 수상한 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 정보를 청와대에 건넨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과거 교통건설국장 재직 당시 ‘김기현 고발인’인 건설업자 김 모씨가 사들인 사업부지 인근의 땅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모씨 사업부지는 이후 주택건설사업을 거쳐 현재는 900여 세대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다.

5년 전 울산 교통건설국장 재직 때 #지인 2명과 토지 1215㎡ 12억에 매입 #울산시는 4개월 뒤 주택건설 승인 #“곧 도로 뚫릴 예정…가치 폭등할 것”

김기현 고발인인 울산지역 건설업자 김모씨의 아파트 건설 부지. 그 옆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부부의 땅이 있다. [주광덕 의원실 제공]

김기현 고발인인 울산지역 건설업자 김모씨의 아파트 건설 부지. 그 옆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부부의 땅이 있다. [주광덕 의원실 제공]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의혹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주광덕 의원이 공개한 공직자 재산 내역 등에 따르면 송 부시장 부부는 2014년 12월 지인 2명과 함께 울산 북구 신천동 인근 토지 1215㎡(368평·밭)를 12억4900만원(평당 340만원)에 샀다. 이 중 송 부시장은 237.70㎡(약 72평), 그의 부인은 200.00㎡(약 60평)의 지분을 가졌다.

송 시장 등이 매입한 땅은 건설업자 김 모씨가 아파트를 세우려고 사들인 부지에서 불과 50m(직선거리) 떨어진 곳이다. 주 의원에 따르면 송 부시장 등이 매입하고 4개월여 후인 2015년 4월 울산시는 김 모씨 부지에 대해 주택건설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당시는 송 부시장이 울산시 건설교통국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이후 추가 행정조치 등을 거쳐 지난해 6월 이 부지에 신축 아파트가 완공됐다. 앞서 해당 아파트 부지는 건설업자 김씨가 2006년부터 사업화를 추진하다 자금난으로 2012년 A회사로 넘어갔다. 이후 김씨는 A회사에 대한 비방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비교적 최근까지도 분쟁을 벌였다.

울산시 북구 신천동에 위치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소유 토지 인근에는 지난해 완공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 김정석 기자

울산시 북구 신천동에 위치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소유 토지 인근에는 지난해 완공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 김정석 기자

아파트 건설로 송 부시장 부부의 땅도 가격이 올랐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송 부시장 부부의 땅은 매입 후 거래가 되지 않아 지금 가격 산정이 어렵다”면서도 “대신 그 주변 땅 주인들을 보면 평당 700만원 선에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년에 예정된 도로가 뚫리면 송 부시장이 산 땅을 바로 지나간다. 가격은 크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것으로 지목됐다. 그러자 송 부시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갖고 “2017년 하반기 총리실 행정관과 전화통화 중 김 시장 측근 비리를 대화했다”면서도 “이미 대부분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자 김 모씨는 6·13 지방선거가 있기 직전인 2018년 1월 김 전 시장 등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송 부시장의 첩보 내용과 김 씨의 고발장은 내용 면에서 겹치는 대목이 많다는 게 주 의원의 지적이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제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앙일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제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앙일보]

주 의원은 “송 부시장과 김 모씨는 단순한 친분을 넘어 내부 개발정보를 건네주면서 공동의 이익을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송 부시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현일훈·김기정 기자, 울산=김정석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