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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원인 잘 몰랐던 전립샘암, 7%는 아버지한테 물려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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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샘암은 남성들을 위협한다. [중앙포토]

전립샘암은 남성들을 위협한다. [중앙포토]

전립샘암은 서구에서 가장 흔한 남성암 중의 하나다. 국내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06년 4527명이던 전립샘암 신규 환자는 2016년 1만1800명으로 두 배 이상이 됐다. 전립샘암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이ㆍ가족력 등이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서양인에게 발생하는 전립샘암의 9~13%는 가족력에 따른 유전 영향이라는 논문들이 여럿 발표됐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환자들의 유전성 발병 확률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전립샘암 환자 꾸준히 증가, 나이·가족력 영향 #변석수 교수팀, 환자 1102명 분석한 결과 공개 #가족력 있는 환자, 종양 억제 단백질 변이 많아 #"가족 중 환자 있으면 45세부터 조기 검진해야"

그런데 가족력에 따른 한국인 전립샘암 발병 위험이 서구와 비슷하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ㆍ김명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9월~올 3월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은 전립샘암 환자 1102명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가족력을 알아보기 위한 가계도를 작성토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립샘암 유전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할아버지ㆍ아버지ㆍ형제ㆍ삼촌 등 가족 발병의 영향을 받은 환자 비율은 8.4%(93명)로 집계됐다. 특히 가까운 직계 가족(아버지ㆍ형제)의 영향이 컸다. 직계 가족에 따른 암 유병률은 6.7%(74명)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유전성 전립샘암 발병 비율이 서구(9~13%)와 큰 차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가족력이 있는 전립샘암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특징도 비교했다. 가족의 영향을 받은 환자들의 발병 연령은 평균 63세로 비유전성 환자(66세)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암 증상(예후)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연구를 진행한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왼쪽)와 김명 이대서울병원 교수.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를 진행한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왼쪽)와 김명 이대서울병원 교수.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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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그룹 간의 제일 큰 차이점은 유전체 변이였다. 종양 억제 유전자 단백질로 알려진 'p53'의 변이는 가족력이 있는 전립샘암 환자(1.6%)가 그렇지 않은 환자(0.3%)보다 더 흔하게 나타났다. 암 발생을 막는 유전 인자인 p53 단백질은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단백질이 변이를 일으키면 본래의 종양 억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암 발병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식이다. 가족력이 있는 전립샘암 환자가 단백질 변이에 따른 암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걸 보여준다.

변석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도 서양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전적 원인이 전립샘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입증됐다"면서 "전립샘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50세보다 이른 45세부터 적극적인 조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한국인에게 맞는 전립샘암 발병 위험 유전자 검사 상용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뇨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전립샘'(The Prostate)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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