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나가라" 권고에 홍준표 "24년간 글래디에이터 노릇"

이진복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 총괄팀장과 전희경 대변인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여성 후보자 가산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1대 총선의 지역구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한 17일,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당 대표급 지도자에게 ‘전략적 거점 지역’ 출마를 권고했다.

전희경 한국당 총선기획단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당 대표를 지냈거나 당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 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 주실 것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전략적 거점 지역이란 20대 총선에서 다른 당 후보가 선출됐지만 한국당의 자체 여론조사나 지역 평가 결과 중량감 있는 주자가 나설 경우 역전이 가능한 지역구로 험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이에 “험지에 나가라는 건 사지에 나가라는 말인데 이게 아니다. 오히려 당에선 계속 여론조사를 해왔고 지역 평가 자료를 갖고 있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당선이 가능한 곳을 전략지라고 본다”며 “그곳에 출마해 인근 선거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을 전략 지역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총괄팀장은 해당 인사와 관련해선 “저희가 말한 분이 어느 분인지 다 아실 것”이라면서 “일부 예비 후보로 등록하신 분들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이 같은 권고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이나 대구 출마를 검토 중이다. 최고위원을 지낸 김 전 경남지사는 전날 자신의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선언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총선기획단의 권고에 홍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이 당에 입당한 이래 24년간 글래디에이터 노릇만 해 왔다. 여태 국회의원 출마는 당이 정해준 대로 험지에서만 해 왔지만, 마지막 출마지는 차기 대선을 기준으로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정하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총선기획단은 황교안 대표의 험지 출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진복 의원은 “지도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디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며 “기준에 해당하면 (추후 발족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총선기획단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만 59세 이하 신인 여성 후보자에게 30%, 만 60세 이상 신인 여성 후보자에게 20%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만 34세 이하의 청년에게는 신인의 경우 50%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만 35세∼39세 신인은 40%, 만 40세∼44세는 신인은 30%다. 반면 총선 출마로 중도 사퇴하는 광역ㆍ기초단체장에게는 30%, 광역ㆍ기초의원에는 10%씩 점수를 깎기로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