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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국이 우리 갈 길 결심 내리게 해" 위협 수위 또 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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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조업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조업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1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이 우리 갈 길을 결심 내리게 했다”고 위협 수위를 높였다.

미 안보리회의 소집에 반발 담화

북한은 12일 오후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미국은 이번 회의 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상응한 대응'이니 뭐니 하고 떠들었는데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돼있다"면서다.

북한은 지난 9일 이수용 당 부위원장 이후 나흘 만에 낸 담화에서 대미 압박 강도를 한층 높였다. 이 부위원장은 당시 담화에서 "얼마 안 있어 년말(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 판단과 결심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립장(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담화에서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결심을 내리는데 (미국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며 한 발 더 나갔다.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이 '새로운 길'을 택한 원인 제공을 미국이 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향후 도발에 대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평북 동창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 [중앙포토]

북한 평북 동창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 [중앙포토]

외무성 대변인은 "저들은 때 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려도 되고 우리는 그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무기시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우리를 완전히 무장 해제시켜 보려는 미국의 날강도적인 본성을 적라라(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엔진 연소실험을 한 데 이어 다음 '행동'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대변인은 또 "미국이 대화 타령을 늘어놓고 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한국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미국 측과 만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알렸다는 분석이 당장 나오고 있다. 연말을 보름 여 앞두고 북·미 간 대화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연합뉴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이 강한 대북 메시지를 낸 것도 아니고, 중·러도 북한 편에 섰다"며 "북한은 이 같은 상황을 보고 미국의 경고에 위축되기보다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비건 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만날 가능성은 작아졌고, 대화를 하기 위해선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가져오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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